맞춤 가구·조명·촉각적 소재로 채운 무채색 공간…판매 면적을 줄이고 브랜드 체류 시간을 늘린 파리 플래그십
[KtN 박인경기자]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 파리 플래그십은 상품을 많이 쌓아놓는 매장이 아니다. 밝은 벽과 검은 천장, 낮은 검은 가구와 길게 이어진 의류 랙 사이에는 넓은 여백이 남아 있다. 매장 전체를 거의 무채색으로 정리하고 맞춤 제작한 가구와 조명, 촉각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150㎡라는 크기를 생각하면 판매 가능한 면적을 최대한 채우기보다 공간 자체의 인상을 남기는 데 상당한 비중을 둔 구성이다.
파리 플래그십의 경제적 의미도 여기서 시작된다. 매장 면적은 임대료와 직결되고, 내부에 들어가는 가구와 조명은 초기 투자비를 늘린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랙을 넣으면 한 번에 노출할 수 있는 상품 수는 늘어난다. 앤 드뮐미스터는 반대로 일부 면적을 비워두고 상품 사이의 거리를 넓혔다. 단위면적당 진열 수량을 늘리는 대신 브랜드의 분위기와 상품 하나하나의 존재감을 높이는 쪽을 택했다.
고가 패션 매장에서 여백은 단순한 미학적 선택에 그치지 않는다. 고객이 옷 한 벌을 충분히 보고, 소재를 만지고,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피팅까지 이어갈 시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하다. 빠르게 많은 상품을 훑는 매장과 달리 구매까지 걸리는 시간이 긴 브랜드일수록 공간의 밀도는 판매 방식과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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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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