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글·롱 스카프·시어링 모자로 구성한 휴양지 스타일…고급 여행과 사교문화, 체형별 어울림 속에 나타난 동시대 남성복의 변화

[KtN 임우경기자]황갈색 재킷을 입은 남성의 목을 두툼한 크림색 스카프가 감싸고 있다. 스카프 한쪽은 가슴 아래로 길게 내려오고, 끝부분에는 갈색 지그재그 무늬가 들어갔다. 눈가에는 커다란 스키 고글을 착용했으며, 가슴 앞에는 둥근 형태의 갈색 가방을 걸쳤다. 보온을 위한 소품들이 상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얼굴과 목 주변에 시선이 집중된다.

루이 비통(Louis Vuitton)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선보인 2027 남성 스키 컬렉션에는 전문적인 겨울 스포츠 의류와 함께 아프레 스키(après-ski) 스타일이 포함됐다. 아프레 스키는 프랑스어로 '스키를 탄 뒤'를 뜻하며, 스키 활동 이후 휴식과 식사, 사교 활동을 즐기는 문화에서 발전한 표현이다.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시간뿐 아니라 산악 휴양지에 머무는 동안 입는 옷까지 포괄한다.

두꺼운 스카프와 고글, 풍성한 모자, 여유로운 재킷은 추위를 막기 위한 복식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스키를 타지 않는 시간에도 같은 옷을 입으면서 방한용품은 개인의 취향과 생활방식을 드러내는 패션이 됐다. 퍼렐 윌리엄스는 스포츠 장비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니트와 시어링, 모노그램 패턴을 결합해 겨울 휴양지의 복장을 도시형 남성복으로 옮겼다.

황갈색 아우터에 크림색 롱 스카프와 스키 고글을 매치한 착장. 갈색 지그재그 무늬와 둥근 가방이 얼굴과 가슴 주변의 디자인을 강조한다. 사진=Louis Vuitton
황갈색 아우터에 크림색 롱 스카프와 스키 고글을 매치한 착장. 갈색 지그재그 무늬와 둥근 가방이 얼굴과 가슴 주변의 디자인을 강조한다. 사진=Louis Vuitton

황갈색 아우터와 크림색 스카프는 비슷한 색조로 연결된다. 밝은 스카프가 얼굴 바로 아래를 감싸고 갈색 재킷은 어깨와 몸통을 둘러싼다. 고글에는 어두운 렌즈와 비교적 밝은 테두리를 사용해 눈가의 형태를 강조했다.

두꺼운 스카프는 얼굴과 목의 비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목이 길고 어깨가 좁은 사람은 넉넉한 스카프로 목 주변에 부피를 더할 수 있다. 반대로 목이 짧거나 어깨가 넓은 사람은 같은 방식으로 여러 번 감았을 때 턱 아래가 지나치게 답답해질 수 있다. 스카프가 턱선 가까이 올라올수록 얼굴과 목의 경계가 짧아지고, 아우터의 칼라까지 겹치면 상체의 부피가 커진다.

얼굴의 윤곽도 고려할 부분이다. 각진 턱선과 뚜렷한 광대뼈를 가진 얼굴에는 부드럽게 감기는 니트의 곡선이 얼굴의 직선적인 인상을 완화한다. 둥근 얼굴에서는 스카프를 지나치게 높게 올리기보다 앞부분을 세로로 길게 내려뜨렸을 때 목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선이 길어진다.

고글과 스카프를 함께 착용하면 얼굴에서 드러나는 부분이 크게 줄어든다. 눈가를 감싼 고글과 턱 아래의 스카프 사이에 얼굴이 놓이기 때문이다. 스키장에서는 고글의 보호 기능과 목 주변의 보온이 중요하지만, 일반적인 외출에서는 두 소품을 동시에 착용하는 방식이 얼굴의 표정을 가리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크림색 스카프는 황갈색 아우터보다 명도가 높아 얼굴 아래에 밝은 영역을 만든다. 다만 밝은 색이 모든 사람의 안색을 좋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피부와 머리카락, 눈동자의 색상 대비가 강한 사람은 스카프의 색이 지나치게 부드러우면 얼굴의 선명함이 약해질 수 있다. 따뜻한 크림색이 잘 어울리는 사람에게는 갈색 아우터와 자연스러운 연결이 가능하다.

겨울 액세서리는 소재와 색상뿐 아니라 얼굴선, 목 길이, 어깨 너비에 따라 착용 결과가 달라진다. 부피가 큰 소품일수록 착용자의 신체 비례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황갈색 아우터와 짙은 팬츠에 크림색 롱 스카프를 길게 내려뜨린 스타일. 상체의 밝은 니트와 어두운 하의가 대비를 이룬다. 사진=Louis Vuitton
황갈색 아우터와 짙은 팬츠에 크림색 롱 스카프를 길게 내려뜨린 스타일. 상체의 밝은 니트와 어두운 하의가 대비를 이룬다. 사진=Louis Vuitton

긴 스카프는 전신 착장에서 다른 역할을 한다. 목 주변에서는 부피를 만들지만, 가슴 아래로 내려오는 부분은 세로선을 형성한다. 황갈색 아우터와 밝은 스카프의 색상 차이도 상체 중앙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팬츠와 신발은 짙은 색상으로 통일했다. 상체에는 황갈색과 크림색을 배치하고, 하체에는 어두운 색을 사용해 시선을 얼굴과 목 주변에 모았다. 장식이 많은 스카프를 착용하면서도 하의의 색을 절제해 전체적인 색상 구성을 단순하게 유지했다.

스카프를 길게 늘어뜨리는 방식은 일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지만, 움직임이 많은 스포츠 활동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길게 내려온 끝부분은 바람에 흔들리거나 주변 장비에 걸릴 수 있다. 특히 리프트와 같은 이동 설비를 이용하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느슨하게 늘어진 소품을 정리해야 한다.

겨울 스포츠에 적합한 옷차림과 스포츠를 마친 뒤 휴식을 취할 때의 복장은 서로 다른 요구를 갖는다. 스키를 탈 때는 불필요한 장식과 길게 늘어진 부분을 줄이는 편이 안전하고, 휴양지의 식당이나 실내 공간에서는 스카프의 길이와 형태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유럽 알프스의 아프레 스키 문화도 운동 이후의 휴식에서 출발했다. 스키를 마친 사람들이 산장과 식당, 바에 모여 음식과 음료를 즐기고 서로 교류하는 활동이 휴양지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숙박과 쇼핑, 공연과 사교 활동이 결합되면서 겨울 스포츠 여행은 스키장에서 보내는 시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소비문화가 됐다.

프랑스 쿠르슈벨(Courchevel)과 스위스 생모리츠(St. Moritz), 미국 애스펀(Aspen)은 고급 겨울 휴양지로 알려진 지역이다. 스키 시설과 숙박업, 식당, 명품 매장이 함께 발달했고, 일부 휴양지는 겨울철 패션 행사와 브랜드 마케팅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 쿠르슈벨 1850에는 루이 비통과 샤넬, 디올 등 명품 브랜드가 진출해 있다. 휴양지 방문객이 스키를 즐기는 동안 쇼핑과 식사, 숙박에도 소비하는 구조다. 스포츠 활동을 위해 방문한 여행객이 고급 의류와 가방, 액세서리의 고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명품 기업에도 중요한 시장이다.

몽클레르(Moncler)는 2026년 1월 미국 애스펀에서 몽클레르 그르노블(Moncler Grenoble) 2026 FW 컬렉션을 선보였다. 앞서 생모리츠와 쿠르슈벨에서도 겨울 컬렉션을 발표했다. 전문적인 방한복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스키 휴양지를 패션 행사의 장소로 활용하면서 실제 스포츠 활동과 명품 소비의 관계를 넓혀 온 셈이다.

고급 스키 휴양지의 패션은 일반적인 겨울 외출복보다 장소와 생활방식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두꺼운 니트와 고글, 시어링 모자를 갖춘 옷차림은 설원과 산악 숙박시설에서는 자연스럽지만, 온도가 높은 실내나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도시에서는 같은 구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겨울 휴양지에서 유행하는 복장이 곧바로 도시 전체의 유행으로 확산되는 것도 아니다. 스키 고글을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사람은 제한적이지만, 니트 스카프와 짧은 방한 재킷, 풍성한 모자처럼 개별 요소는 도시의 겨울 패션으로 옮겨질 수 있다. 옷을 착용하는 환경이 달라지면 소품의 크기와 조합도 달라진다.

브라운 퍼 소재의 풍성한 모자와 모노그램 패턴 머플러를 조합한 스타일. 얼굴을 둘러싼 부드러운 소재와 밝은 상의가 겨울 방한복의 특징을 드러낸다. 사진=Louis Vuitton
브라운 퍼 소재의 풍성한 모자와 모노그램 패턴 머플러를 조합한 스타일. 얼굴을 둘러싼 부드러운 소재와 밝은 상의가 겨울 방한복의 특징을 드러낸다. 사진=Louis Vuitton

브라운 퍼 소재의 모자는 머리 양옆까지 크게 부풀어 있다. 같은 갈색 계열의 머플러에는 모노그램 문양이 반복되고, 밝은 상의 위에서 짙은 색의 방한 소품이 두드러진다.

모자의 크기는 얼굴을 상대적으로 작게 만든다. 모자와 머플러를 같은 계열의 색상으로 묶으면서 얼굴 주변에 짙은 갈색 영역이 만들어졌다. 반면 밝은 상의는 얼굴 아래에서 색상 대비를 형성한다.

머리의 가로 폭이 넓어지는 디자인은 얼굴과 어깨의 비례에도 영향을 준다. 어깨가 좁은 사람은 지나치게 큰 모자를 썼을 때 머리가 상대적으로 커 보일 수 있다. 어깨가 넓고 상체에 부피가 있는 사람은 풍성한 모자의 크기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얼굴의 세로 길이가 짧거나 턱선이 둥근 사람은 모자의 폭과 높이가 함께 커질 경우 얼굴이 더욱 짧아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얼굴이 길고 선이 날카로운 사람에게는 부드러운 소재가 얼굴 주변의 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모자 안쪽으로 얼굴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이마를 어느 정도 가리는지도 인상에 영향을 준다.

브라운 머플러에는 명품 브랜드의 대표 문양이 반복되지만, 일반적인 캔버스 가방에서 보이는 모노그램과는 다른 질감이다. 털의 부피와 부드러운 표면을 활용하면서 브랜드 문양이 장식의 일부가 됐다.

명품 브랜드의 로고는 오랫동안 소유자의 경제적 지위와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로고가 크게 드러나는 제품은 브랜드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문양을 소재의 질감 속에 섞거나 같은 색으로 처리하면 브랜드 이름보다 디자인과 소재의 특징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겨울 휴양지의 패션은 두 방식이 모두 활용되는 영역이다. 스포츠 장비에는 큰 로고를 배치하고, 니트와 방한 소품에는 반복적인 문양을 넣어 브랜드의 존재를 다르게 드러낼 수 있다. 스포츠복이면서 동시에 고급 패션으로 소비되는 배경에는 기능과 취향, 경제적 지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밝은색 방한 재킷에 브라운 퍼 모자와 머플러, 짙은 팬츠를 매치한 전신 스타일. 풍성한 방한 소품과 비교적 단순한 하의의 대비가 특징이다. 사진=Louis Vuitton
밝은색 방한 재킷에 브라운 퍼 모자와 머플러, 짙은 팬츠를 매치한 전신 스타일. 풍성한 방한 소품과 비교적 단순한 하의의 대비가 특징이다. 사진=Louis Vuitton

밝은색 재킷에 브라운 모자와 머플러를 매치한 착장은 검은색에 가까운 팬츠와 신발로 마무리했다. 머리와 목 주변은 두껍고 풍성하지만, 하체는 비교적 단순하다. 얼굴 주변의 큰 부피를 하의에서 반복하지 않아 전체적인 실루엣을 정리한 구성이다.

짧은 기장의 밝은 재킷은 허리와 골반의 위치를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낸다. 상체에 풍성한 방한 소품을 착용할 때 재킷까지 지나치게 길어지면 몸통의 부피가 커질 수 있다. 허리선 부근에서 아우터를 마무리하고 어두운 팬츠를 연결하면 하체가 상대적으로 길어 보인다.

이러한 비례는 겨울 외출복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 다만 퍼 모자와 두꺼운 머플러를 함께 착용하면 얼굴의 상당 부분이 가려지고 머리 주변에 무게가 집중된다. 실내 활동이 많거나 겨울 기온이 높을 때는 보온 기능이 오히려 불편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옷차림의 세련됨은 소품을 많이 착용하는 데서 결정되지 않는다. 같은 브라운 모자와 머플러라도 착용자의 얼굴형과 목 길이, 재킷의 어깨선에 따라 전체적인 비례가 달라진다. 특히 부피가 큰 겨울 소품은 다른 의복의 형태를 단순하게 정리했을 때 특징이 선명해진다.

아프레 스키 패션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명품 소비의 변화도 자리한다. 세계 명품시장은 고가 상품의 소유를 중시하는 소비와 함께 여행, 숙박, 식사와 같은 경험에 비용을 지출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와 이탈리아 명품업계 단체 알타감마(Altagamma)는 2026년 6월 발표한 세계 명품시장 분석에서 고급 호텔과 식음료 등을 포함한 경험 소비가 실물 명품보다 강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세계 개인 명품시장은 약 3580억 유로 규모였으며, 2026년에는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행과 숙박에 대한 지출이 커지면 여행지에서 사용하는 의류와 액세서리에도 새로운 소비가 발생할 수 있다. 고급 스키 휴양지는 스포츠와 관광, 숙박, 식음료, 패션 소비가 한 지역 안에서 연결되는 곳이다. 겨울 시즌에 맞춰 구성한 의류와 가방은 여행객의 생활 일정과 함께 소비되는 상품이 된다.

다만 고급 휴양지의 소비문화가 모든 스키 이용자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의 경제적 여건과 여행 방식은 다양하다. 일반적인 스포츠 활동에 필요한 방한복과 고급 산악 휴양지에서 사용하는 패션 상품은 가격과 구매 목적부터 차이가 난다.

아프레 스키 패션에서 부와 취향을 드러내는 요소가 커질수록 옷의 기능과 착용 장소 사이에도 거리가 생긴다. 긴 스카프와 커다란 퍼 모자는 겨울 휴양지의 복식에서는 익숙하지만, 실제 활강이나 장비 이동이 잦은 상황에서는 간결한 방한 소품보다 불편할 수 있다. 스포츠 활동이 끝난 뒤에는 같은 소품이 패션의 중심이 된다.

퍼렐 윌리엄스의 2027 남성 스키 컬렉션은 스키 고글과 긴 니트 스카프, 풍성한 모자에 서로 다른 역할을 부여했다. 고글은 겨울 스포츠의 특징을 유지하고, 스카프는 색채와 실루엣을 바꾸며, 퍼 모자는 얼굴 주변의 형태를 크게 변형한다. 황갈색과 크림색, 짙은 브라운을 중심으로 한 배색은 강한 원색보다 소재의 부피와 촉감을 강조한다.

스키장의 하루가 끝난 뒤에도 겨울옷은 계속 사용된다. 호텔과 식당, 휴양지 거리에서는 보호 장비보다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요소가 상대적으로 커진다. 루이 비통은 2027 남성 스키 컬렉션에서 스포츠용 고글과 롱 스카프, 시어링 계열의 방한 소품을 결합해 아프레 스키 복장을 구성했다. 겨울 스포츠에서 출발한 옷이 휴양지의 식사와 쇼핑, 사교 활동으로 이어지는 소비문화와 만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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