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목조 작품에 등장한 인간과 동물, 식물의 결합… 서로 다른 형상이 연결되고 분리되는 구조 속에 담긴 관계와 거리의 의미

[KtN 박준식기자]조각가 전경선의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 1(Neither Too Close, Nor Too Far 1)'에는 새의 머리와 인간의 몸, 식물의 줄기를 닮은 형태가 복잡하게 결합돼 있다. 긴 부리와 둥근 눈을 지닌 머리는 왼쪽을 향하고, 커다란 곡선으로 이어진 윗부분 아래에는 사람의 몸통과 다리를 연상시키는 형상들이 겹쳐 있다. 오른쪽에는 가늘고 길게 굽은 또 다른 조각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놓여 있다. 서로 연결된 형상과 떨어져 있는 형상이 하나의 공간을 구성하면서 작품 제목에 담긴 관계의 간격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2010년 제작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 1'은 나무를 재료로 인간과 동물, 식물의 형태를 결합한 작품이다. 중심부에서는 여러 형상이 서로의 일부를 이루며 이어지지만 오른쪽의 가느다란 구조는 독립된 위치를 유지한다. 가까운 곳에서는 개별 형상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연결되지 않은 존재가 별도로 자리하는 구성이다.

전경선,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 1(Neither Too Close, Nor Too Far 1)', 나무, 2010. 새의 머리와 인체형 구조, 식물의 줄기를 연상시키는 형태를 결합한 목조 작품. 사진=전경선 작가 제공
전경선,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 1(Neither Too Close, Nor Too Far 1)', 나무, 2010. 새의 머리와 인체형 구조, 식물의 줄기를 연상시키는 형태를 결합한 목조 작품. 사진=전경선 작가 제공

작품의 상부를 가로지르는 커다란 곡선은 긴 부리를 지닌 새의 머리에서 시작해 오른쪽으로 휘어 내려온다. 왼쪽의 새는 둥근 눈과 뾰족한 부리가 비교적 분명하게 표현돼 있지만 머리 뒤쪽에서는 신체의 윤곽이 길게 변형되면서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이어진다. 하나의 동물에서 출발한 형상이 다른 생명체의 구조와 연결되는 방식이다.

곡선의 안쪽에는 가느다란 줄기들이 굽어 있고, 윗부분에는 작은 새를 연상시키는 형상도 놓여 있다. 굵은 부분과 가는 부분이 교차하면서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형태는 자연의 생장 구조와 닮아 있지만 특정한 식물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는다. 나무를 깎아 만든 각각의 형상은 독립된 생명체의 특징을 지니면서도 서로 맞닿아 하나의 복잡한 구조를 이룬다.

새의 머리 아래로 이어지는 중심부에는 인간의 몸을 연상시키는 형태들이 겹쳐 있다. 어깨와 가슴, 허리의 일부를 닮은 곡면이 남아 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길게 늘어진 다리와 천의 주름 같은 선들이 나타난다. 두 개의 신체가 포개진 듯한 부분도 있지만 어느 형상이 하나의 완결된 인체에 속하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인간의 몸통을 연상시키는 부분에는 부드러운 곡면이 이어지는 반면, 주변에는 뾰족하게 돌출되거나 가늘게 휘어진 형태가 결합돼 있다. 신체의 일부가 다른 생명체의 구조에 가려지고, 여러 선이 교차하면서 인체의 외곽선도 중간중간 끊어진다. 사람의 몸을 중심에 두고 다른 형상을 주변에 배치했다기보다 서로 다른 존재가 한 구조 안에서 겹쳐지도록 만든 구성이다.

다리 부분에서도 일반적인 인체의 비례는 유지되지 않는다. 왼쪽에는 비교적 굵고 길게 내려오는 다리가 놓여 있고, 오른쪽에는 훨씬 가느다란 구조가 이어진다. 굽은 무릎과 발을 닮은 부분은 남아 있지만 형태의 길이와 굵기, 방향이 서로 다르다. 신체를 구성하는 부분들이 한 사람의 몸에 속한 것처럼 연결되면서도 각기 다른 비례를 지니고 있다.

전경선은 하나의 형상을 완전히 끝낸 뒤 다른 형상을 덧붙이는 대신 서로 다른 존재의 특징을 겹쳐 놓았다. 새의 머리와 인간의 몸, 식물의 줄기를 닮은 곡선들이 연결된 부분에서는 각각의 경계가 흐려진다. 그러나 모든 형상을 하나의 덩어리로 통합하지도 않는다. 얼굴과 몸통, 새의 부리와 가지의 특징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어 관람자는 익숙한 생명체의 모습을 알아보면서도 전체 형상을 특정하기 어렵다.

목재의 자연스러운 색조는 서로 다른 형상을 시각적으로 연결한다. 새의 머리와 인체형 구조, 가느다란 가지들이 모두 밝은 갈색의 나무로 제작돼 있어 형태의 차이는 색채보다 부피와 표면의 굴곡에서 드러난다. 새의 부리는 길고 단단한 곡면으로 표현되고, 인체를 닮은 부분에는 비교적 부드러운 볼륨이 남아 있다. 줄기와 잎을 연상시키는 부분은 얇고 길게 뻗으며 주변에 빈 공간을 만든다.

특히 중심부 상단에 형성된 넓은 빈자리는 작품의 전체적인 형태를 구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의 머리에서 이어진 커다란 곡선 아래로 밝은 배경이 드러나고, 그 안에 작은 가지들이 불규칙하게 놓인다. 나무가 차지하는 부분과 비어 있는 공간이 교차하면서 조각의 외곽선뿐 아니라 내부에도 여러 갈래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오른쪽에 독립적으로 놓인 가느다란 조각은 중심부와 다른 비례를 지닌다. 아래쪽의 작은 잎을 닮은 형태에서 길고 가는 줄기가 위로 솟아오르고, 중간에서는 완만하게 굽었다가 다시 좁아진다. 중심부의 조각이 인체와 동물의 형상을 복잡하게 겹친 구성이라면 오른쪽의 조각은 단순한 곡선과 적은 부피로 이루어져 있다.

두 부분 사이에는 물리적인 간격이 남아 있다. 오른쪽의 가느다란 조각은 중심부를 향해 직접 연결되지 않고, 중심부의 형상도 오른쪽 조각에 닿지 않는다. 그러나 각각이 서로 완전히 무관한 대상으로 놓인 것은 아니다. 양쪽 모두 나무의 곡선과 가늘게 좁아지는 형태를 사용하며, 중심부에서 복잡하게 반복되는 선들이 오른쪽에서는 간결한 하나의 구조로 이어진다.

작품 제목인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 1'은 이러한 배치와 함께 살펴볼 만하다. 중심부에서는 서로 다른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형상이 한 몸처럼 밀집해 있지만, 오른쪽에는 독립된 형태가 떨어져 있다. 밀접한 결합과 일정한 거리의 유지가 하나의 작품 안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인간의 관계에서도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반드시 서로를 이해한다는 의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반대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해서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것도 아니다. 전경선의 조각은 이러한 관계의 차이를 인물의 표정이나 구체적인 사건으로 설명하기보다 형상들이 맞닿거나 떨어져 있는 상태로 구성한다.

전경선은 초기 작업에서 인간과 동물, 사물과 자연 사이에 남겨진 흔적과 관계에 관심을 기울였다. 각각의 존재가 독립된 대상을 넘어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과 비인간 형상을 결합하는 조각으로 이어졌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 1'에서도 인간과 동물, 식물의 형태는 서로 독립된 의미를 유지하면서 다른 형상과 연결된다. 새의 머리는 동물의 구체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몸의 일부는 사람의 신체와 겹쳐지고, 나뭇가지를 닮은 부분은 독립된 식물이라기보다 인체와 동물을 이어주는 구조로 작용한다.

작품에 나타나는 관계를 인간 사이의 심리적 거리로만 좁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중심부에서 결합한 인간과 동물의 형상은 서로 다른 존재가 하나의 구조를 공유하는 상태를 보여주고, 오른쪽에 떨어져 있는 가느다란 조각은 연결되지 않은 채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관계를 드러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뿐 아니라 인간과 자연, 서로 다른 생명체 사이의 관계까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구성이다.

목조 조각의 제작 방식도 작품을 읽는 데 영향을 준다. 새의 머리와 인체형 구조에는 나무의 부피가 남아 있는 반면 가지와 줄기를 닮은 부분은 가늘게 다듬어져 있다. 두껍고 단단한 부분과 얇고 불규칙한 부분이 서로 연결되면서 목재의 성질이 다른 형태로 드러난다.

인체의 표면에는 주름과 신체의 굴곡을 연상시키는 선들이 남아 있지만, 주변의 생명체들은 현실의 비례를 따르지 않는다. 얼굴이나 몸통을 알아볼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형태가 크게 늘어나거나 다른 구조와 결합해 독립적인 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사실적인 형태와 변형된 형태가 한 작품 안에 공존한다.

상부의 커다란 곡선과 하부의 긴 인체형 구조는 조각의 중심을 형성하고, 오른쪽의 독립된 형상은 작품이 차지하는 공간을 옆으로 확장한다. 중심부의 복잡한 형태에 비해 오른쪽 조각은 시각적인 비중이 작지만, 두 부분 사이에 남겨진 공간까지 고려하면 작품 전체의 구성에서 빠뜨리기 어려운 요소다.

이러한 구성은 존재 사이의 관계를 하나의 결론으로 고정하지 않는다. 중심부의 형상들이 서로 밀접하게 결합한 모습은 공존이나 의존을 연상시키지만, 각 생명체의 신체적 특징이 뒤섞여 있다는 점에서는 개별적인 존재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태로도 읽힌다. 오른쪽의 독립된 조각은 중심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같은 공간에 머무르고 있다.

전경선이 이후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다룬 기억과 감정, 보이지 않는 관계의 문제 역시 조각의 빈 공간과 형태의 결합을 통해 확장됐다. 인간의 몸을 다른 생명체와 연결하거나 인체의 일부를 분리하는 방식은 존재를 고정된 외형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태를 만들어낸다.

2010년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 1'에는 인간의 신체와 새의 머리, 식물의 구조를 닮은 형상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모든 부분이 서로 맞닿아 있지는 않다. 중심부에서는 여러 존재가 하나의 구조를 이루고, 오른쪽에서는 가느다란 조각이 독립된 위치를 유지한다. 나무의 굵기와 곡선, 형상 사이에 남겨진 빈 공간이 서로 다른 거리와 연결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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