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게릴라 걸스의 여성 누드 비판에서 라이언 맥긴리의 자화상 작업까지…뉴욕 'All About Alana'에 나타난 관능의 표현과 촬영자·모델의 관계

[KtN 윤상길주필]1989년 미국의 여성 예술가 집단 게릴라 걸스(Guerrilla Girls)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전시 작품을 조사해 당시 미술계의 불균형을 드러냈다. 근현대 미술 전시실에 소개된 작가 가운데 여성은 5%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누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85%는 여성이었다. 여성 예술가의 작품은 드물고 여성의 벗은 몸은 흔했던 현실을 고릴라 가면을 쓴 누드 이미지와 함께 포스터로 제작했다.

프랑스 화가 장오귀스트도미니크 앵그르(Jean-Auguste-Dominique Ingres)의 1814년 작품 '그랑드 오달리스크(Grande Odalisque)'를 차용한 포스터는 뉴욕 시내버스에 부착됐다. 누워 있는 여성의 몸에 고릴라 가면을 씌운 이미지와 통계 수치는 여성의 신체가 예술작품에 등장하는 방식, 여성 작가에게 허용된 활동의 범위를 함께 드러냈다. 여성 누드를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다뤄 온 미술사의 오랜 관습이 공개적인 비판의 대상이 된 시기였다.

37년이 흐른 2026년 뉴욕에서는 한 여성의 몸을 서로 다른 사진가들이 촬영한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가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가 기획한 'All About Alana'다. 배우이자 모델, 뮤지션인 알라나 제시카 마틴(Alana Jessica Martin)을 뉴욕 사진가 30여 명이 촬영했으며, 지난 10월 15일부터 로어이스트사이드의 렉탱글 룸(Rectangle Room)에서 열리고 있다.

여성의 몸을 표현하는 방식은 작품마다 다르다. 스타스 긴즈부르크(Stas Ginzburg)는 붉은 의상과 실내조명을 이용했고, 맥긴리는 등을 드러낸 흑백 누드를 선보였다. 클로이 스카우트 닉스(Chloe Scout Nix)는 커다란 의상과 장식적인 직물로 신체를 감쌌다. 사진에는 오랫동안 회화와 패션, 광고에서 사용돼 온 여성의 이미지가 남아 있다.

맥긴리의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여성 누드의 역사와 직접 맞닿는 사진이다.

라이언 맥긴지가 촬영한 알라나 제시카 마틴의 흑백 누드사진. 무늬가 반복되는 벽 앞에서 등을 카메라 쪽으로 향하고 몸을 비튼 채 서 있다. 사진=Ryan McGinley
라이언 맥긴지가 촬영한 알라나 제시카 마틴의 흑백 누드사진. 무늬가 반복되는 벽 앞에서 등을 카메라 쪽으로 향하고 몸을 비튼 채 서 있다. 사진=Ryan McGinley

마틴은 옷을 벗은 채 무늬가 반복되는 벽 앞에 서 있다. 긴 머리카락이 등 아래로 내려오고, 한쪽 팔을 들어 올린 채 얼굴을 어깨너머로 돌렸다. 피부는 밝게 표현됐으며, 어깨에서 허리와 골반으로 이어지는 신체의 곡선이 뚜렷하다. 뒤편의 촘촘한 무늬는 몸의 윤곽을 더욱 강조한다.

여성의 등을 관객에게 보이고 얼굴만 돌리는 자세는 고전적인 누드 회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앵그르의 '그랑드 오달리스크' 역시 등을 길게 드러낸 여성이 어깨너머로 관객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신체의 비례를 의도적으로 변형한 앵그르의 그림에서는 매끄러운 피부와 긴 등, 허리와 골반의 곡선이 강조됐다.

맥긴리의 사진에서도 등을 중심으로 한 신체의 곡선이 시선을 모은다. 앵그르의 회화처럼 누워 있는 자세는 아니지만, 등을 드러낸 몸과 뒤로 돌아본 얼굴의 조합은 고전적인 여성 누드를 떠올리게 한다. 머리카락과 피부의 명암, 배경의 질감을 이용한 사진의 구성은 인체의 조형적인 특징을 강조하는 데 집중됐다.

앵그르가 활동했던 19세기에는 신화와 역사, 이국적인 공간을 소재로 삼은 여성 누드가 미술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여성의 몸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대상으로 자주 등장했지만, 미술가로서 작품을 제작하고 활동하는 여성에게 주어진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여성 모델의 얼굴과 신체가 작품에 남는 동안 작가의 이름과 미술사적 명성은 주로 남성 미술가에게 돌아갔다.

게릴라 걸스가 1989년 발표한 포스터는 이러한 역사의 불균형을 겨냥했다. 당시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전시실에서 조사한 여성 작가와 여성 누드의 비율은 예술을 제작하는 주체와 작품의 소재로 등장하는 인물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줬다. 1980년대 미국의 여성주의 미술은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과 미술기관이 작품을 선정하는 방식을 함께 비판했다.

현대 사진에서 여성 누드는 회화와 다른 제작 환경을 거친다. 사진가가 조명과 촬영 장소를 선택하고 모델은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취한다. 전문 모델은 신체와 표정을 표현하는 기술을 직업적으로 사용한다. 촬영이 끝난 뒤에는 사진가의 이름으로 작품이 발표되고, 전시 기획자와 미술기관의 선택에 따라 관객에게 소개된다.

마틴의 흑백 누드에는 모델과 사진가의 작업이 함께 담겼다. 한쪽 팔을 올리고 몸을 비튼 자세는 신체의 곡선을 강조하고, 맥긴리가 사용한 흑백의 명암과 벽의 무늬는 피부의 밝기를 부각한다. 마틴의 직업적인 신체 표현과 사진가의 구성 능력이 결합한 작품이다. 전시에서는 맥긴리의 사진으로 소개되며 마틴은 촬영된 인물로 등장한다.

맥긴리는 이전에도 카메라 앞에 선 인물과 작품을 제작하는 사진가의 관계를 바꾸는 작업을 시도했다. 2018년 뉴욕 팀 갤러리(Team Gallery)에서 열린 'Mirror, Mirror'에서는 촬영 대상에게 직접 카메라를 맡겼다. 친구와 동료 예술가들에게 필름카메라와 거울, 촬영 지침을 전달했고, 참가자들은 자신의 집에서 누드 자화상을 찍었다.

맥긴리는 촬영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거울과 카메라의 위치를 조절하고 자신의 몸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했다. 필름을 전달받은 맥긴리는 완성된 사진 가운데 전시할 작품을 선정했다. 사진가가 촬영의 방향을 제시하고 모델이 직접 촬영을 수행한 작업이었다.

참가자들은 각자 익숙한 생활공간에서 자신의 신체를 촬영했다. 직업과 연령, 외모가 다른 인물들은 같은 촬영 지침을 받아들였지만 결과물에서는 서로 다른 자세와 구도가 나타났다. 거울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랐다. 맥긴리는 촬영의 틀을 마련했으며, 참가자들은 그 안에서 자신의 신체를 표현했다.

카메라를 든 사람과 작품의 저자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도 당시 작업에 반영됐다. 누드 자화상을 촬영한 참가자들은 사진을 만드는 데 직접 참여했지만 최종 작품의 선정과 전시 구성은 맥긴리가 맡았다. 사진가가 현장에 없어도 작품의 제작 방향과 편집을 통해 저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All About Alana'에서 맥긴리는 다시 마틴의 누드를 직접 촬영했다. 2018년에는 참가자들이 스스로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몸을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사진가가 모델의 신체를 바라보고 이미지를 제작했다. 두 작업 모두 누드를 다뤘지만 촬영 과정에서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과 최종 작품의 구성이 달랐다.

모델이 자신의 몸을 직접 촬영하는 작업에서는 촬영자의 위치와 피사체의 위치가 한 사람에게 모인다. 반면 사진가가 모델을 촬영하는 경우에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어느 방식이든 작품의 구상과 촬영, 편집과 전시 과정에서 이뤄지는 선택은 완성된 사진의 성격에 영향을 준다.

맥긴지의 2018년 작업에는 다양한 신체가 등장했지만 'All About Alana'의 누드는 한 인물의 몸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마틴의 등과 허리, 골반은 고전적인 여성 누드에서 오랫동안 강조해 온 신체의 선을 따라 드러난다. 맥긴지가 누드를 다루는 방식에서 촬영 과정의 실험과 전통적인 인체 표현이 각각 다른 시기에 나타난 것이다.

스타스 긴즈부르크가 촬영한 알라나 제시카 마틴. 붉은색 의상과 노란빛 조명을 이용해 신체와 실내의 색채를 연결했다. 사진=Stas Ginzburg
스타스 긴즈부르크가 촬영한 알라나 제시카 마틴. 붉은색 의상과 노란빛 조명을 이용해 신체와 실내의 색채를 연결했다. 사진=Stas Ginzburg

스타스 긴즈부르크는 붉은색 의상을 입은 마틴을 노란 조명이 켜진 실내에 세웠다. 마틴은 한쪽 팔을 머리 가까이 올리고 몸을 기울였다. 붉은 천이 걸린 벽과 실내의 따뜻한 색조는 의상의 색과 이어진다. 몸에 밀착된 의상은 허리와 골반의 윤곽을 드러내지만 조명과 배경이 비슷한 색채로 처리돼 신체의 일부는 주변 공간과 겹친다.

20세기 영화와 패션사진에서는 붉은색 의상과 강한 조명, 몸을 비튼 자세를 관능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자주 사용했다. 배우와 모델의 신체는 의류와 화장품, 영화의 홍보에 활용됐고, 특정한 표정과 자세가 대중에게 익숙한 여성상으로 자리 잡았다.

긴즈부르크의 사진에도 비슷한 표현이 남아 있다. 붉은 의상과 피부가 실내조명에 의해 따뜻한 색을 띠고, 팔과 허리의 방향은 신체의 움직임을 강조한다. 일반적인 스타 초상처럼 얼굴만 가까이 촬영하지 않고 방의 일부를 함께 담아 사적인 공간의 분위기를 더했다.

사진에 등장하는 작은 가구와 출입구는 일상적인 실내를 연상시키지만 강한 조명과 의상은 무대에서 볼 법한 인상을 만든다. 패션사진의 관능적인 표현을 사적인 생활공간에 옮긴 구성이다. 마틴의 몸은 붉은 의상에 감싸인 채 드러나고, 주변의 색채는 인물의 자세와 함께 사진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관능적인 의상과 몸의 노출은 오랫동안 대중적인 여성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사용됐다. 영화배우의 홍보사진과 패션잡지, 광고에서 여성의 얼굴과 신체는 시선을 끄는 주요 소재였다. 동시에 모델과 배우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전문적인 활동을 이어 왔다. 여성의 신체를 통한 표현에는 산업이 요구하는 외모의 기준과 모델의 직업적인 능력이 함께 작용했다.

긴즈부르크의 사진도 마틴이 카메라 앞에서 수행한 자세와 사진가가 선택한 실내조명, 의상의 색채가 결합한 결과물이다. 붉은색 의상은 신체의 윤곽을 드러내고, 마틴의 자세는 허리와 어깨의 비례에 변화를 만든다. 의복을 입은 인물의 몸이 패션사진에서 관능성을 표현하는 오랜 방식을 따른다.

1977년 미국 사진가 신디 셔먼(Cindy Sherman)은 영화 속 여성 인물을 연상시키는 흑백사진 연작 'Untitled Film Stills'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셔먼은 직접 가발과 의상을 착용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작품마다 인물의 직업과 상황을 달리 설정해 영화배우와 직장 여성, 가정에 머무는 여성 등 여러 모습으로 등장했다.

1980년까지 이어진 70점의 사진은 1950~1960년대 할리우드 영화와 유럽 예술영화의 홍보사진을 떠올리게 했다. 특정한 영화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영화와 대중매체에서 반복되던 여성의 외모와 태도를 가져왔다.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자세를 바꾸면서 하나의 신체로 여러 여성상을 연기했다.

셔먼은 사진 속 인물이면서 작품의 구상과 제작을 주도한 작가였다. 영화산업에서 익숙하게 사용된 여성의 모습을 스스로 연기하면서 대중매체가 여성에게 부여해 온 역할을 드러냈다. 작품 속 여성의 모습은 실제 셔먼의 사생활을 기록한 초상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알려진 여성 이미지를 재구성한 결과였다.

마틴은 사진가들의 작품에 모델로 참여한 배우이자 뮤지션이다. 긴즈부르크의 사진에서 붉은 의상을 입고 자세를 취했고, 맥긴리의 누드에서는 등을 드러냈다. 셔먼이 스스로 여러 여성의 역할을 연기하며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제작했다면, 마틴은 각 사진가의 작업에서 촬영 대상이 됐다. 동일한 여성이 다양한 모습을 표현한다는 외형적 유사성에도 작품 제작에 참여하는 관계는 달랐다.

클로이 스카우트 닉스가 촬영한 알라나 제시카 마틴. 커다란 옷깃과 복잡한 무늬의 직물로 몸을 감싼 인물이 낮은 가구에 앉아 있다. 사진=Chloe Scout Nix
클로이 스카우트 닉스가 촬영한 알라나 제시카 마틴. 커다란 옷깃과 복잡한 무늬의 직물로 몸을 감싼 인물이 낮은 가구에 앉아 있다. 사진=Chloe Scout Nix

클로이 스카우트 닉스는 마틴의 몸을 의복과 여러 겹의 천으로 감쌌다. 어깨와 가슴 주변에는 커다란 옷깃이 있고, 몸통은 장식적인 직물에 가려졌다. 인물이 앉은 가구에는 서로 다른 무늬의 천이 겹쳐 있으며 뒤편에는 가림막과 화분, 작은 탁자가 놓였다.

얼굴과 다리는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지만 상체의 윤곽은 복잡한 의복 속에 묻힌다. 커다란 옷깃이 어깨를 넓게 감싸고, 허리선을 가린 원단은 몸통의 비례를 바꾼다. 가구 밖으로 뻗은 다리는 상대적으로 길게 나타난다. 직물의 부피와 의복의 형태가 실제 신체와 다른 실루엣을 만든다.

패션사진에서 의상은 모델이 착용한 상품인 동시에 몸의 형태를 바꾸는 도구로 사용돼 왔다.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 풍성한 치맛자락은 원단과 재단을 이용해 신체의 비례를 달리 표현한다. 닉스의 작품에서는 의복과 장식이 인물의 몸을 감싸면서 피부를 직접 드러낸 누드와 다른 관계를 만든다.

그러나 몸을 가린 의상에서도 여성의 신체는 여전히 주요한 소재다. 의복의 부피에 따라 허리와 골반의 윤곽이 감춰지고, 드러난 다리는 길게 강조된다. 나체를 직접 표현하지 않아도 의복을 이용해 신체의 모양을 바꿀 수 있다. 닉스는 인물의 몸을 가리는 직물과 노출된 피부를 함께 배치해 패션사진에서 이어져 온 신체 표현을 활용했다.

장식적인 실내도 마틴의 이미지와 결합했다. 무늬가 반복되는 천과 가림막, 작은 가구와 화분은 인물을 둘러싼 공간에 복잡한 질감을 더한다. 얼굴에만 시선을 집중시키는 초상보다 의복과 가구가 넓은 부분을 차지한다. 마틴은 실내의 중심에 앉아 있지만 의상과 주변 물건도 인물만큼 강하게 드러난다.

긴즈부르크가 붉은색과 조명으로 관능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면 닉스는 의복의 부피와 장식에 더 많은 비중을 뒀다. 맥긴리의 흑백 누드에서는 신체의 곡선이 직접 나타난다. 세 작품은 여성의 몸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다루면서 회화와 패션사진, 스타의 초상에 축적된 표현을 이어간다.

미술계에서 여성의 신체를 둘러싼 논의는 누드 자체에 대한 찬반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게릴라 걸스가 1989년 지적했던 불균형은 작품에 등장한 여성의 수와 미술가로 활동한 여성의 수가 크게 달랐던 현실에 있었다. 여성은 미술작품의 주요한 소재로 반복됐지만 작품을 제작한 작가로 인정받고 전시되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후 여성 예술가들은 자신의 몸을 직접 촬영하거나 연기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외모와 신체의 기준을 작품으로 다뤘다. 셔먼은 영화와 대중매체에서 반복되던 여성의 역할을 스스로 연기했다. 맥긴리는 2018년 모델이 직접 카메라를 들도록 하면서 누드의 제작 방식을 바꿨다. 촬영하는 사람과 촬영되는 사람의 관계를 작품의 구성에 포함한 작업들이 이어졌다.

맥긴리가 이번 전시에 참여한 방식은 이전의 작업 이력과 연결된다. 2018년에는 참가자에게 카메라를 맡겨 각자의 몸을 직접 촬영하게 했고, 2026년에는 마틴을 모델로 삼아 자신의 누드사진을 제작했다. 한편으로는 여러 사진가가 마틴을 촬영하도록 전시를 기획했다. 사진가이자 기획자로서 촬영과 작품 선정, 전시 구성에 관여한 것이다.

'All About Alana'에는 모델로서 마틴이 수행한 표현과 사진가들의 제작 활동이 함께 담겼다. 같은 인물이 반복해서 등장하면서 촬영 대상의 얼굴과 몸은 전시 전체를 연결하는 요소가 됐다. 그러나 작품은 각 사진가의 이름으로 발표된다. 전시 기획자는 여러 이미지를 선택하고 배치해 마틴의 모습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사진가와 모델의 이름이 함께 알려지는 현대 사진산업에서도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하는 과정에는 서로 다른 역할이 남아 있다. 모델은 신체와 표정, 움직임을 통해 이미지 제작에 참여하고, 사진가는 구도와 조명, 작품의 형식을 결정한다. 전시 기획자는 완성된 사진들을 한 공간에 모아 관객에게 소개한다.

알라나 제시카 마틴은 배우와 뮤지션으로도 활동하고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가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델로 주로 소개된다. 누드와 관능적인 초상, 장식적인 패션사진은 마틴의 신체와 외모를 각기 다른 형태로 구성한다. 여러 사진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라는 명칭도 전시의 홍보에 사용됐다.

마틴을 촬영한 사진가들은 자신의 작업에 익숙한 표현을 적용했다. 긴즈부르크의 관능적인 초상에는 영화와 패션사진의 색채가, 맥긴리의 흑백 누드에는 고전적인 인체 표현이 남아 있다. 닉스는 의복과 장식으로 몸의 형태를 바꾸면서 패션사진의 오래된 관습을 활용했다. 세 작품에서 마틴의 몸은 사진가들이 서로 다른 미적 표현을 시도하는 소재가 됐다.

뉴욕 렉탱글 룸의 'All About Alana'는 11월 15일까지 열린다. 30여 명의 사진가가 한 여성을 촬영한 작품 가운데 긴즈부르크의 붉은 실내사진과 맥긴리의 누드, 닉스의 장식적인 초상은 여성 신체 표현의 서로 다른 역사를 담고 있다. 1989년 게릴라 걸스가 여성 누드와 여성 미술가의 불균형을 지적한 뒤에도 여성의 몸은 현대 사진의 중요한 소재로 남아 있다. 마틴의 얼굴과 신체를 중심으로 모인 작품들은 사진가의 창작과 모델의 표현, 전시를 통한 이미지의 유통이 오늘날에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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