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기업의 세계관이 부동산으로 확대되는 시대, 자산인지 욕망인지 평가가 필요하다

[KtN 김상기기자]마이애미 노스 베이 빌리지 해안에 들어선 파가니 레지던스 펜트하우스는 최고급 주거 상품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가치는 일반적인 부동산 프리미엄과 다소 거리가 있다. 분양가는 2천850만 달러에서 3천만 달러로 형성되며, 면적은 1만2200제곱피트에 이른다. 초고층 바다 조망, 복층 구조, 전용 테라스와 수영장 등 구성요소만 보면 마이애미 상위권 시장의 스펙을 따른다. 그러나 가격 형성 근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공급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 선 이름은 부동산 개발사가 아니라 하이퍼카 제조사 파가니다. 주거 공간에 자동차 기업의 디자인 언어를 전면 이식한 사례로 분류되며, 건축과 자동차 브랜드가 자산 시장에서 결합한 대표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파가니 측은 이 프로젝트에 Arte e Scienza라는 고유 철학을 적용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탄소섬유, 수작업 가죽 등의 소재가 마감재로 사용되고 곡선을 중심으로 한 조형 방식이 실내 전반에서 반복된다. 하지만 자동차에서 익숙한 디자인 언어를 건축으로 옮기는 것이 주거성 향상으로 직결되는지는 아직 평가가 필요하다. 하이퍼카의 조형 언어는 속도감과 기계적 정교함이 핵심인데, 같은 언어가 거주 공간의 편의성과 기능까지 강화했다는 근거는 현재까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미적 요소는 강화됐으나 실거주 측면에서 어떤 개선이 이루어졌는지는 분양 자료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파가니 브랜드의 정서적 가치가 실물 자산 가치로 전환되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 있다.

가격 프리미엄 핵심은 한정판 우토피아 로드스터 구매 기회 제공이다. 일반 구매자 접근이 제한된 Super Limited Edition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며, 파가니 아틀리에에서 호라치오 파가니와 상담이 가능하다는 요소도 포함된다. 주거 구매를 통해 수집품 획득 접근권을 얻는 구조다. 이 결합은 하이퍼카 수집가 대상의 상품화 전략으로 읽힌다. 특정 취향과 브랜드 충성도를 가진 고객에 집중한 방식이다. 그러나 주거 자산 가치를 자동차 브랜드의 희소성과 동일선상에 두는 관점은 시장 일반성과 거리가 있다. 자동차 수집품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부동산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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