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와 교육·문화 외교로 확장한 한국의 전략, 이재명 정부의 선택은 ‘가치와 서사’

[KtN 최기형기자]한국 정부는 UAE 방문 직후 이집트로 향하며 이번 순방의 성격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냈다. UAE에서 실물 기반 경제·기술 협력이 단단히 다져졌다면, 이집트에서는 서사와 가치, 평화 외교와 교육·문화 협력이라는 또 다른 축을 세우기 위한 외교가 펼쳐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가자와 홍해 지역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동 평화의 촉진자 역할을 강조했고, 이집트를 지역 안정의 중심축으로 규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카이로대 연설과 알 아흐람 기고문을 통해 양국 협력의 핵심을 명확하게 구조화했다. 그 내용의 핵심은 ‘나일강의 기적’과 ‘한강의 기적’을 연결하는 서사다. 한국은 전후 잿더미에서 첨단 산업 강국으로 성장했고, 이집트는 아프리카와 아랍을 잇는 문명·교역의 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연결점을 미래 성장의 동력으로 제시했다.

카이로대 연설에서 발표된 한국판 중동 협력 전략은 ‘SHINE’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SHINE은 안보 안정(Stability), 사회 조화(Harmony), 혁신(Innovation), 인적 네트워크(Network), 교육(Education)의 앞 글자를 조합한 개념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 개념을 통해 한국과 이집트의 협력 목표를 단순한 경제 이해관계가 아니라 지역 평화, 인재 양성, 문화 교류, 기술 혁신까지 확장하겠다는 방향을 드러냈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분쟁과 홍해 해상 안보 위협은 중동 국가들에게 직접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인도적 지원의 주요 경로이자 역내 중재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점에 주목하며 외교적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이 한반도 전쟁을 겪은 국가로서 중동의 평화와 안정에 진정성을 갖고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제 협력도 눈에 띄게 확대되었다. 한국 정부와 이집트 정부는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체결을 위한 공동연구 논의를 정식으로 언급했다. CEPA는 자유무역협정보다 폭이 넓고, 산업·투자·서비스·문화 분야까지 다루기 때문에 경제협력의 규범을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의 북아프리카 시장 진출, 이집트의 기술 도입과 인프라 확장이라는 상호 이익의 고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집트는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지대 회원국이기 때문에 한국산 제품과 기술이 북아프리카 전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된다. 한국 정부는 UAE에서 마련한 실물경제 기반을 이집트에서 확장하여, 중동과 아프리카를 잇는 대륙 회랑 전략을 마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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