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납 앞세운 질리오, 손잡이·호스빗 강조한 보르세토
큰 가방 찾는 수요와 형태가 먼저 보이는 취향 소비를 한 화면에 묶었다

Gucci’s “Beauty and the Bag” Campaign Stars Moss & Ratajkowski. 사진=Gucc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Gucci’s “Beauty and the Bag” Campaign Stars Moss & Ratajkowski. 사진=Gucc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구찌가 ‘Beauty and the Bag’ 캠페인에서 내세운 가방은 두 개다. 질리오와 보르세토다. 하나는 큰 토트에 가깝고, 다른 하나는 보스턴백에 가깝다. 질리오는 많이 들어가는 가방이다. 보르세토는 손잡이와 금속 장식, 윤곽이 먼저 보이는 가방이다. 구찌는 성격이 다른 두 제품을 한 화면에 올렸다. 큰 가방을 찾는 손님과 형태가 먼저 보이는 가방을 고르는 손님을 한꺼번에 부르겠다는 뜻에 가깝다.

질리오부터 보면 방향이 분명하다. 피렌체의 백합 문장에서 이름을 가져왔고, 형태는 큰 토트형이다. 입구가 넓고 수납 공간이 크다. 어깨에 걸쳤을 때 먼저 보이는 것도 장식보다 부피다. GG 캔버스와 블루 앤 화이트 GG 데님, 짙은 갈색 가죽처럼 소재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그린·레드 웹 스트랩과 내부 파우치도 붙는다. 장식 하나로 존재감을 만들기보다, 가방 크기와 표면 무늬, 브랜드 표식을 함께 내세운 제품이다.

질리오의 장점은 설명하기 쉽다는 데 있다. 노트북과 책, 파우치, 일상 소지품을 넣는 큰 가방을 찾는 손님에게 바로 말을 걸 수 있다. 미니백 유행이 길게 이어진 뒤 다시 큰 가방을 찾는 수요가 올라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출근과 이동, 전자기기 수납, 생활용품 휴대 같은 현실적인 필요가 다시 가방 크기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구찌가 붙인 ‘모던 스프레차투라’ 같은 수사보다, 질리오는 크고 많이 들어가는 가방이라는 설명이 더 정확하다.

웹 스트랩도 질리오를 설명하는 데 빠지기 어렵다. 구찌의 그린·레드 웹은 오래된 상징이다. 질리오에서는 장식으로만 붙지 않는다. 어깨에 걸쳤을 때 가방의 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로 올라온다. 큰 토트형 가방은 자칫 둔해 보일 수 있는데, 넓은 웹 스트랩이 들어가면 무게 중심이 조금 달라진다. 너무 단정한 업무용 가방으로 보이지 않고, 약간은 가볍고 캐주얼한 인상이 붙는다. 스트랩 폭이 넓어 어깨에 닿는 면적이 커지는 점도 실사용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소재 변주도 질리오의 성격과 맞는다. GG 캔버스는 가장 익숙한 구찌 표면이고, 데님은 그보다 캐주얼한 쪽으로 기운다. 짙은 갈색 가죽은 좀 더 차분하고 무게감 있는 쪽이다. 같은 형태라도 소재에 따라 쓰임이 꽤 달라질 수 있다. 캔버스와 데님은 데일리 수요에 가깝고, 짙은 갈색 가죽은 직장인 수요나 보다 정돈된 차림으로 넘어가기 쉽다. 한 형태 안에서 손님층을 넓히는 방식이다.

다만 질리오가 누구에게나 쉬운 가방은 아니다. 큰 토트형 백은 장점과 부담이 함께 간다. 많이 들어가고 존재감이 큰 대신, 무게와 부피를 감당해야 한다. 작은 가방을 선호하는 손님이나 소지품이 많지 않은 손님에게는 지나치게 클 수 있다. 어깨에 걸쳤을 때 부피가 먼저 보이는 점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큰 가방 유행이 다시 올라온다고 해도, 모든 소비가 그쪽으로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르세토는 질리오와 정반대 자리에 놓였다. 이름은 borsa와 morsetto를 붙여 만들었다. 형태는 보스턴백에 가깝고 손잡이는 길게 뽑았다. 중심에는 골드톤 호스빗 하드웨어가 놓인다. 브라운 스웨이드와 블랙 레더, 샌드 GG 캔버스처럼 소재 차이도 또렷하다. GG 캔버스 버전 안쪽에 디아만테 모티프를 넣은 점도 눈에 띈다. 구찌가 오래 써 온 자산을 안쪽까지 끌고 들어간 셈이다.

보르세토는 수납보다 인상이 먼저 오는 가방이다. 보스턴백 특유의 둥근 몸체와 길게 뻗은 손잡이, 가운데 놓인 호스빗 장식이 한 번에 들어온다. 질리오가 부피와 용량으로 설명된다면, 보르세토는 손에 들었을 때의 윤곽으로 설명되는 가방이다. 멀리서 봐도 형태가 비교적 쉽게 읽히고, 금속 장식이 가운데서 시선을 모은다. 전체 착장 안에서 가방이 중심이 되기 쉬운 구조다.

Gucci’s “Beauty and the Bag” Campaign Stars Moss & Ratajkowski. 사진=Gucc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Gucci’s “Beauty and the Bag” Campaign Stars Moss & Ratajkowski. 사진=Gucc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손잡이 비례도 보르세토의 인상을 좌우한다. 일반적인 보스턴백보다 손잡이를 길게 뽑으면 손에 드는 위치와 팔에 거는 위치가 달라진다. 가방이 몸에 붙는 방식도 달라진다. 같은 보스턴형이라도 답답한 인상이 덜하고, 세로선이 조금 더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보르세토는 바로 그 지점에서 전통적인 보스턴백과 거리를 둔다. 클래식한 형태를 그대로 복제한 것이 아니라 비율을 손봐 지금 화면에 맞게 조정한 셈이다.

소재가 바뀌면 보르세토의 성격도 꽤 달라진다. 브라운 스웨이드는 표면에 결이 살아 있어 빛을 받을 때 입체감이 더 강하게 드러난다. 블랙 레더는 표면이 매끈해 윤곽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샌드 GG 캔버스는 가장 구찌다운 표식을 전면으로 꺼낸다. 같은 형태라도 어느 소재를 쓰느냐에 따라 가방이 내는 온도가 달라진다. 스웨이드는 약간 부드럽고 빈티지한 쪽으로, 블랙 레더는 단정하고 도시적인 쪽으로, 캔버스는 익숙한 브랜드 표식을 먼저 보는 쪽으로 기운다.

보르세토의 장점은 형태 기억이 분명하다는 데 있다. 긴 손잡이와 호스빗, 보스턴형 몸체가 함께 남는다. 수납 설명보다 “어떤 가방인가”를 짧게 말하기 쉬운 제품이다. 반대로 약점도 있다. 보스턴형 가방은 취향을 분명하게 만들지만, 모든 옷에 쉽게 붙는 형태는 아니다. 토트형 백보다 실사용 범용성이 좁을 수 있고, 금속 장식 존재감이 강한 만큼 담백한 차림에서는 가방이 혼자 튈 수도 있다. 한 번에 시선을 끄는 대신 손님을 가릴 수 있다는 뜻이다.

질리오와 보르세토를 나란히 놓으면 구찌가 무엇을 노리는지 더 또렷해진다. 질리오는 큰 가방 수요를 받는다. 보르세토는 형태와 장식이 선명한 가방을 찾는 수요를 받는다. 질리오는 출근과 이동, 데일리 사용 같은 현실적인 말을 붙이기 쉽고, 보르세토는 스타일과 취향, 수집 욕구 같은 말을 붙이기 쉽다. 하나는 생활에 가까운 쪽이고, 다른 하나는 기호에 가까운 쪽이다. 구찌는 두 제품을 한 캠페인에 묶어 서로 다른 손님을 동시에 부르려 했다.

헤리티지 활용 방식도 두 가방에서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질리오는 피렌체의 백합, GG 캔버스, 웹 스트라이프를 앞세운다. 보르세토는 호스빗과 디아만테, 보스턴형 구조를 앞세운다. 둘 다 구찌가 오래 써 온 재료이긴 하지만, 쓰는 자리와 밀도가 다르다. 질리오는 큰 토트에 브랜드 표식을 넓게 펼쳐 놓는 방식이고, 보르세토는 구조와 장식에 아카이브 자산을 응축하는 방식이다. 하나는 면으로 가고, 다른 하나는 점과 선으로 간다고 할 수 있다.

새로움만 놓고 보면 두 제품 모두 아주 급진적이지는 않다. 질리오는 큰 토트형 백의 연장선에 있고, 보르세토는 보스턴백 계열의 연장선에 있다. 구찌가 꺼낸 재료도 낯설지 않다. GG 캔버스, 웹 스트라이프, 호스빗, 디아만테 모두 이미 익숙한 자산이다. 이번 시즌 구찌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내놓기보다, 익숙한 기호를 다시 정돈해 설명하기 쉬운 가방 두 개로 묶었다. 시장이 흔들릴 때 브랜드가 자주 택하는 방식이다. 모험보다 회수 가능성에 무게를 둔 셈이다.

그렇다고 계산이 얕다고 보기는 어렵다. 럭셔리 소비가 양극화될수록 브랜드는 서로 다른 수요를 함께 잡을 제품군이 필요하다. 처음 사는 손님은 쓰임과 범용성을 먼저 보고, 이미 여러 개를 가진 손님은 형태와 장식, 취향의 선명함을 더 따질 수 있다. 질리오는 앞쪽 손님에게, 보르세토는 뒤쪽 손님에게 더 쉽게 말을 건다. 하나는 일상 수요를 붙잡고, 다른 하나는 패션 기호를 자극하는 구조다.

질리오와 보르세토의 차이는 토트와 보스턴의 차이에서 끝나지 않는다. 구찌는 수납과 형태, 실용과 장식, 생활과 취향을 가방 두 개에 나눠 담았다. 질리오는 많이 들어가고 쉽게 설명되는 가방이다. 보르세토는 윤곽과 장식이 먼저 남는 가방이다. 구찌는 두 제품을 한꺼번에 내세워 큰 가방을 찾는 손님과 형태가 먼저 보이는 가방을 고르는 손님을 동시에 붙잡으려 했다. 두 가방이 각자 자리를 얼마나 오래 지킬지는 광고보다 매장과 거리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