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보다 기능, 바이럴보다 교육… 와이에스메디가 본 해외 시장 공략법
[KtN 임우경기자]국내 화장품 시장은 이미 포화 단계에 가깝다. 브랜드 수는 계속 늘고, 제품 주기는 짧아졌다. 국내 경쟁만으로 성장 여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은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왔다. 최근에는 수출 지형도도 달라졌다. 미국과 일본이 여전히 핵심 시장이지만, 동남아시아와 중동, 러시아·CIS, 중남미 일부 국가까지 새 판로로 거론된다. 전쟁과 지정학적 긴장, 물류비 상승, 결제와 유통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K-뷰티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다시 짜는 이유다.
수출 전략도 예전과 달라졌다. 한류 스타를 앞세우거나 “한국에서 유행하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려워졌다. 성분 기전과 임상 자료, 현지 유통망, 병·의원 네트워크, 플랫폼 후기, 재구매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특히 메디컬 뷰티 영역에서는 브랜드 인지도보다 시술 프로토콜과 사용 경험, 전문가 설득이 먼저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와이에스메디는 이런 흐름 속에서 일본과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박준혁 와이에스메디 이사는 K-뷰티가 이제 화장법이나 유행을 파는 단계를 지나, 시술과 관리 효율을 설명하는 솔루션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본다. 회사가 앞세우는 제품은 LHA 기반 필링 솔루션 쎄라필이다.
박 이사가 가장 먼저 꼽는 시장은 일본이다. 일본은 피부결과 자극 차이에 대한 기준이 높고, 자국 브랜드 선호도도 강한 시장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새 브랜드가 들어가 정착하기 쉽지 않다. 와이에스메디는 일본에서 에스테틱 숍과 병·의원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유통망을 넓혀 왔고, 회사는 현재 700여 개 거점에 제품이 공급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박 이사는 일본 시장에서 주목받은 배경으로 ‘피부결’에 대한 관심을 꼽는다. 밝은 톤이나 즉각적인 광택보다 매끄럽고 고른 피부 표면을 만드는 관리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설명이다. 와이에스메디는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필링을 전처치 개념으로 설명하는 시술 프로토콜을 함께 제안해 왔다고 밝혔다. 제품 단품 판매보다 전문가용 관리 솔루션으로 포지셔닝하려는 접근이다.
일본 사례는 최근 K-뷰티 마케팅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 대상 바이럴과 이미지 마케팅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병·의원과 에스테틱 전문가를 먼저 설득하는 B2B 방식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제품의 사용감만이 아니라 자극도, 관리 주기, 다른 시술과의 연결성을 함께 설명해야 시장에 안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CIS 권역도 회사가 눈여겨보는 시장이다. 이 지역은 전쟁 이후 물류와 결제, 유통 구조가 흔들리면서 기존 브랜드 구성이 달라진 곳으로 꼽힌다. 동시에 프리미엄 관리 수요가 남아 있고, 필링이나 피부과 시술에 대한 소비자 이해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박 이사는 이런 조건을 이유로 러시아 시장에서 대체 브랜드 진입 여지가 생겼다고 보고 있다.
다만 러시아 시장은 기회만 있는 곳은 아니다. 전쟁 이후 사업 환경이 수시로 달라지고, 물류와 결제, 파트너 관리, 규제 대응이 동시에 따라붙는다. 따라서 단순 수출보다 현지 유통망의 안정성과 사후 관리 체계가 더 중요해졌다. 와이에스메디 역시 제품 효능만으로 시장을 설명하기보다, 인허가와 운영 구조까지 함께 맞춰 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접근 방식이 또 달라진다. 인도네시아와 인도, 베트남, 태국 등은 젊은 소비층 비중이 높고 K-컬처 수용도도 크지만, 동시에 기후와 피부 고민, 유통 채널이 한국과 다르다. 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 색소 침착과 민감성에 대한 관심, 모바일 커머스 중심 소비가 함께 작동한다. 이 때문에 유명 인물을 앞세운 광고보다 현지 피부과·에스테틱 전문가 교육, 플랫폼 리뷰, 체험형 마케팅이 더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이사는 회사 역시 이런 시장에서 교육 세미나 중심 접근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류 이미지보다 기술적 정체성을 먼저 전달하는 방식이다. 메디컬 뷰티 시장에서는 특히 이 방식이 중요하다. 제품이 무엇인지보다 어떤 피부 상태에 어떻게 쓰이고, 다른 시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와이에스메디는 얼굴용 필링 외에 바디와 민감 부위용 제품도 함께 내놓고 있다. 얼굴 중심 K-뷰티에서 두피·바디·민감 부위 관리로 수요가 넓어지는 흐름을 겨냥한 전략이다. 회사는 ‘쎄라와이(XE-LHA Y)’를 통해 겨드랑이, 팔꿈치, Y존 등 색소 침착 관리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루시놀과 LHA를 결합해 피부 표면 정리와 색소 관리까지 겨냥한 구조라는 것이다.
이런 제품군은 특히 더운 지역에서 수요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바디와 민감 부위 관리는 효능 못지않게 안전성 설명과 사용 기준이 중요하다. 얼굴보다 피부 특성이 다르고 마찰이나 외부 자극 변수도 크기 때문이다. K-뷰티가 전신 케어로 넓어질수록 제품 설명 책임과 규제 검토도 함께 커진다.
박 이사가 강조하는 또 다른 부분은 현장 인력이다. 그는 병원 실장과 상담 인력, 관리사를 단순 판매 인력이 아니라 브랜드를 실제로 전달하는 접점으로 본다. 제품이 오래 가려면 이들이 먼저 제품을 이해하고 신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술과 데이터가 중요해진 시장이지만, 실제 구매와 재방문을 좌우하는 것은 여전히 현장 설명과 응대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대목은 K-뷰티 마케팅이 어디로 옮겨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온라인 광고와 바이럴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메디컬 뷰티에서는 그보다 병·의원 내부 인력 교육, 시술 프로토콜 정리, 반복 방문을 이끄는 상담 구조가 더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가 직접 소비자를 설득하기보다, 현장 실무자가 제품의 언어를 대신 말하는 구조다.
와이에스메디는 기업공개를 목표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회사는 화장품 단일 품목 기업보다 의료기기와 바이오 성분, 플랫폼 데이터를 함께 다루는 메디컬 뷰티 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전처치 제품과 하드웨어, 시술 프로토콜을 하나의 체계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K-뷰티 수출은 더 이상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 같은 기존 시장을 지키는 일과, 동남아·중동·러시아·중남미 같은 새 시장을 넓히는 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보다 기능, 이미지보다 사용 경험, 단발성 판매보다 반복 관리 구조가 더 중요해졌다. 박준혁 이사가 말한 해외 전략도 이 흐름 안에 놓여 있다. K-뷰티의 다음 경쟁은 얼마나 화제가 되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설명되고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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