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소재·선수 서사를 한 제품에 묶은 협업 전략… 전통적 명품 시계 문법보다 브랜드 캐릭터를 앞세운 위블로식 해석
[KtN 임우경기자]노박 조코비치의 경기용 폴로 셔츠와 라켓이 시계 케이스와 베젤로 들어간 순간, 이 제품은 단순한 선수 기념판의 범주를 벗어났다. 위블로가 선보인 ‘빅뱅 투르비용 노박 조코비치 GOAT 에디션’은 투르비용, 복합소재, 코트별 우승 기록, 실제 경기 장비라는 서로 다른 층위를 하나의 상품 안에 겹쳐 놓는다. 시계 제조 기술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스포츠 마케팅만으로도 다 담기지 않는다. 하이엔드 시계가 스포츠 스타의 기록과 물질성을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재구성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명품 시계 업계에서 스포츠 선수 협업은 낯선 일이 아니다. 브랜드들은 오래전부터 선수 이름을 시계 다이얼에 올리고, 우승 연도나 등번호를 각인하고, 국적이나 종목을 연상시키는 색을 입혀 왔다. 대개는 상징의 차원에 머물렀다. 선수 개인의 서사를 디자인 포인트로 요약하고, 시계는 본래의 제품 구조를 유지한 채 일부 요소만 바꾸는 방식이었다. 이번 위블로 모델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조코비치가 실제 경기에서 쓴 셔츠와 라켓을 재료로 가져와 외장에 반영했다. 선수의 이름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선수의 ‘사용 흔적’을 제품의 표면으로 옮긴 것이다. 협업의 밀도가 더 깊어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방식은 위블로라는 브랜드의 오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위블로는 전통적인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가운데서도 이질적인 재료의 결합과 강한 시각적 자극을 전면에 내세워 온 곳이다. 귀금속과 세라믹, 카본, 사파이어, 컬러 소재를 적극적으로 섞어 왔고, 축구·농구·예술·패션과의 협업도 거침없이 진행해 왔다. ‘융합’과 ‘충돌’ 자체를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만든 셈이다. 조코비치 시계 역시 같은 문법 위에 서 있다. 오트 오를로제리의 상징인 투르비용과 실제 경기 장비를 섞고, 정교한 기계 구조와 테니스 굿즈에 가까운 형상을 한 화면 안에 포개 놓는다. 낯섦 자체가 메시지가 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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