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항소심 징역 9년…“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1심보다 2년 늘어난 형량
"언론 마비 시도는 헌정질서 파괴"…이상민 징역 9년 선고한 결정적 이유
"위법 인지하고도 책임 회피" 법원, 이상민 전 장관에 1심보다 무거운 단죄
재판부 “위헌·위법 계엄 인식 가능, 책임 회피 일관”
[KtN 김 규운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항소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1심보다 무거운 징역 9년 선고]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는 12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9년을 선고했다. 1심이 선고한 징역 7년보다 형량이 2년 늘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내란 행위에 가담했다는 1심의 핵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이를 거부하거나 제지할 권한과 시간이 있었다고 봤다. 그럼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를 소방청장에게 전달해 MBC 등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협조를 지시한 점을 유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내란 가담 인식이 없었다”는 이 전 장관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단순한 전달 행위가 아니라 헌정질서와 언론 기능에 중대한 위해를 줄 수 있는 조치에 관여한 행위라는 취지다.
[“실제 단전 안 됐다고 감경할 수 없다”]
항소심 재판부는 실제로 언론사 단전·단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정도 감경 사유로 보지 않았다. 단전이 현실화하지 않은 이유는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등 외부적 요인에 따른 것이지, 이 전 장관이 스스로 위법한 지시를 중단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단전·단수 지시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전기와 수도 차단 협조 지시는 합법적인 비상계엄 상황에서도 허용될 수 없는 위법한 조치라고 봤다.
언론기관은 재난, 안보, 공공질서와 관련한 정보를 시민에게 전달하는 사회적 기능을 맡는다. 전기와 수도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언론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시도는 단순한 행정 협조 요청이 아니라,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직접 겨냥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재판부 “폭력으로 헌법기관 권능 소멸, 용납 불가”]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서도 강한 판단을 내놨다. 폭력적 수단으로 헌법기관의 권능을 소멸시키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폭력으로 질서가 무너지면 회복은 매우 어렵고, 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고 밝혔다.
항소심 판단은 비상계엄과 내란 혐의 재판에서 고위 공직자의 책임 범위를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국민 안전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위에 있었음에도 위법한 지시를 전달했고, 그 결과 죄책과 비난 가능성이 매우 무겁다고 봤다.
이 전 장관이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재판부는 단순히 지시를 전달한 공무원이 아니라, 헌정질서 침해 상황에서 핵심 행정 권한을 가진 국무위원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유죄, 직권남용 일부 무죄 유지]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유죄로 본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그대로 인정했다. 이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를 소방청장에게 전달하고,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협조를 요구한 행위가 내란 실행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소방청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 관련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해서는 항소심도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은 유무죄의 큰 틀은 1심과 같이 보면서도, 범행의 중대성과 책임 회피 태도 등을 고려해 형량을 높인 판단으로 정리된다.
검찰과 피고인 측이 상고할 경우 사건은 대법원 판단으로 넘어가게 된다. 대법원에서는 항소심이 인정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법리, 고위 공직자의 지시 전달 책임, 단전·단수 지시의 위법성 판단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정질서와 언론 자유를 겨냥한 사건]
이번 판결은 비상계엄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재판부는 ‘명령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정 권한을 가진 장관이 위헌·위법한 지시를 인식할 수 있었고, 이를 거부할 지위에 있었다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는 물리적 폭력만큼이나 민주주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행위로 평가됐다. 총칼로 언론을 막는 방식만이 아니라, 전기와 수도를 끊어 보도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시도 역시 헌법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는 인식이 판결에 담겼다.
이번 항소심 선고는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들이 단순한 개별 형사사건을 넘어, 헌정질서와 공직 책임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과정에 들어섰다는 점을 시사한다. 권한이 큰 자리에 있을수록 위법한 명령을 거부해야 할 책임도 커진다는 판단은 향후 내란 관련 재판과 공직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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