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세계 웰니스 관광 지출 8940억달러, 전체 관광 지출의 17.6%까지 확대
Six Senses·SHA·Lanserhof·Chiva-Som·Canyon Ranch, 진단·바이오마커·수면·영양을 개인별 프로그램으로
힐리언스 선마을은 자연과 생활습관에 무게…정밀 측정과 다른 ‘환경을 바꾸는 웰에이징’

강원 홍천 종자산 자락의 힐리언스 선마을. 정밀진단과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해외 웰니스 리트릿과 달리 선마을은 자연환경과 생활습관을 중심으로 웰에이징을 구성해왔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강원 홍천 종자산 자락의 힐리언스 선마을. 정밀진단과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해외 웰니스 리트릿과 달리 선마을은 자연환경과 생활습관을 중심으로 웰에이징을 구성해왔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KtN 박준식기자]휴가를 떠나 잘 먹고 푹 쉬는 것만으로 웰니스 여행을 설명하던 시대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2026년 세계 웰니스 리트릿에서는 자신의 생물학적 나이와 심폐기능, 근육량, 혈당과 지질, 스트레스와 수면 상태를 측정하고 결과에 맞춰 운동·영양·회복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장수와 건강수명, 수면, 정신건강, 호르몬과 대사관리까지 여행의 목적 안으로 들어오면서 호텔과 스파, 의료와 예방적 건강관리의 경계도 이전보다 복잡해졌다.

시장 규모가 변화를 뒷받침한다. 글로벌웰니스연구소(GWI)가 집계한 세계 웰니스 경제는 2024년 6조8000억달러까지 성장했고 2029년에는 약 9조8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웰니스 관광 지출은 2024년 8940억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해 국제·국내 웰니스 여행은 12억3910만 건에 이르렀고 전체 관광 여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3%였지만, 전체 관광 지출에서는 17.6%를 차지했다. 일반 여행보다 웰니스 여행객의 1회 여행 지출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의미다. 아시아·태평양은 2023년과 2024년 웰니스 여행 횟수에서 유럽을 넘어 가장 큰 지역으로 올라섰다.

한국도 이 시장의 바깥에 있지 않다. GWI가 2026년 공개한 국가별 자료에서 2024년 한국의 웰니스 경제 규모는 약 1193억달러로 집계돼 아시아·태평양에서 중국·일본·인도·호주에 이어 다섯 번째였다. 건강식품과 뷰티뿐 아니라 관광·운동·정신적 웰니스·건강한 생활환경까지 합쳐진 시장의 규모다.

세계 주요 웰니스 리트릿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개인화’다. 같은 프로그램을 모든 투숙객에게 제공하기보다 먼저 몸의 상태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일정과 식사·운동·회복의 강도를 조정한다. 웰니스라는 감각적인 개념에 숫자와 진단이 빠르게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Six Senses는 수면을 별도의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일정 기간 수면 추적 장치를 이용해 개인의 수면 패턴을 확인하고, 이후 요가 니드라와 명상, 영양 조언, 저강도 운동 등을 묶는다. 장수 프로그램에서도 장 건강과 신체 상태, 정신적 웰빙을 함께 살피는 개인별 접근을 내세우고 있다. 과거 호텔 스파의 핵심이 마사지와 휴식이었다면 현재는 투숙객이 자신의 잠과 생활습관을 이해하고 돌아간 뒤에도 유지할 수 있는 일상의 방식을 익히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SHA Wellness Clinic은 2026년 프로그램에서 이런 변화를 더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예방적 진단과 기능·정밀의학, 재생치료, 항염증 영양과 생활 최적화를 하나의 체계로 묶고 있다. ‘Tailor-Made’ 프로그램에서는 유전·대사·생체역학·생활습관 데이터를 종합해 개인별 건강계획을 설계한다. ‘Advanced Longevity’에서는 바이오마커와 세포 수준의 건강까지 장수 프로그램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리조트에 머물며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수준에서 건강상태를 측정하고 향후의 생활방식을 설계하는 의료적 웰니스 모델로 이동한 것이다.

Lanserhof의 장수 프로그램은 측정의 범위를 더 넓힌다. 최대산소섭취량을 확인하는 심폐운동검사, 24시간 심박변이도(HRV), 체성분, 혈당과 지질·염증수치 등을 포함한 혈액검사, 혈관 상태, 텔로미어와 후성유전학적 나이까지 진단 항목에 포함한다.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개념을 추상적인 생활 목표가 아니라 여러 신체 지표를 통해 확인하려는 방식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운동과 명상, 식생활, 회복 프로그램을 다시 개인별로 조정한다.

종자산 숲에 자리한 힐리언스 선마을 숲속유르트. 첨단 측정 장비보다 자연과 명상, 휴식을 생활환경 안에 배치하는 선마을의 웰니스 방식을 보여준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종자산 숲에 자리한 힐리언스 선마을 숲속유르트. 첨단 측정 장비보다 자연과 명상, 휴식을 생활환경 안에 배치하는 선마을의 웰니스 방식을 보여준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태국 후아힌의 Chiva-Som도 ‘Ageing Well’을 별도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개인 상담을 시작으로 영양과 운동·생활습관을 조정하고 신체 상태에 따라 운동과 수중치료, 필라테스 등을 배치한다. 수면과 정서 상태에는 바이오피드백을 활용하고 식사는 장기적인 건강을 고려한 웰니스 식단으로 구성한다. ‘잘 늙는 것’이 특정 연령 이후 시작하는 관리가 아니라 운동능력과 영양, 수면과 생활방식을 함께 조정하는 과정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Canyon Ranch의 ‘LONGEVITY8’은 웰니스와 정밀 건강관리의 결합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프로그램에는 15개 이상의 진단검사와 200개가 넘는 바이오마커, 18회 이상의 일대일 전문가 상담이 포함된다. 체류기간 동안 건강상태를 광범위하게 측정한 뒤 장수와 건강수명 관점에서 개인별 계획을 만든다. 휴양지가 몸을 쉬게 하는 공간에서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읽는 공간으로 확장된 흐름이다.

다섯 곳의 프로그램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한 방향을 향한다. ‘웰니스’가 기분 좋은 휴식이나 스파의 언어에 머물지 않고 예방과 측정, 건강수명 관리의 언어로 이동하고 있다. 수면시간과 스트레스, 근육과 심폐능력, 대사와 영양을 함께 살피고, 개인에게 필요한 운동과 식생활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흐름 속에서 힐리언스 선마을을 그대로 비교하면 차이가 먼저 나타난다.

선마을의 중심에는 혈액검사나 유전자 분석, 수백 개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정밀진단이 놓여 있지 않다. 2007년부터 이어온 식습관·운동습관·마음습관·생활리듬습관과 종자산의 자연환경이 중심을 이룬다. 자동차의 이용을 줄여 걷게 하고, 휴대전화와 인터넷에서 일정 시간 거리를 두며,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움직이고, 숲과 명상·휴식을 하루 안에 배치한다. 자신의 몸을 수치로 먼저 읽는 방식보다 평소와 다른 환경에서 생활해보도록 하는 접근이다.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보다 ‘어떤 하루를 살 것인가’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자연과 맞닿아 있는 힐리언스 선마을의 숙박공간. 머무는 동안 숲과 햇빛, 걷기와 휴식을 반복하는 생활환경이 선마을의 웰에이징을 구성한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자연과 맞닿아 있는 힐리언스 선마을의 숙박공간. 머무는 동안 숲과 햇빛, 걷기와 휴식을 반복하는 생활환경이 선마을의 웰에이징을 구성한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차이는 웰니스의 두 방향을 보여준다. 정밀진단형 리트릿은 자신의 건강상태를 구체적인 데이터로 파악하고 문제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심폐기능과 체성분, 혈당과 수면 상태처럼 눈으로 느끼기 어려운 변화를 수치로 확인하고 이후의 건강계획까지 설계한다. 의료와 건강기술이 웰니스 산업으로 들어오면서 가능한 모델이다.

생활환경형 웰니스는 다른 곳에서 출발한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걷는 것, 규칙적인 시간에 식사를 하고 자연광을 접하는 것, 식후에 움직이고 밤이 되면 하루의 활동을 줄이는 행동처럼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반복할 수 있는 생활을 경험하게 한다. 짧은 체류 이후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일부를 다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선마을이 30일 장기스테이에서 네 가지 생활습관을 ‘체득’하는 것을 핵심으로 두는 것도 같은 방향이다. 현재 공식 프로그램에서도 휴대전화와 TV·인터넷에서 벗어난 체류를 강조하며, 장기 체류를 통해 식습관과 운동습관·마음습관·생활리듬습관을 반복하도록 구성하고 있다. 2026년 가을 프로그램에서도 ‘몸의 속도를 늦추고 일상의 리듬을 되찾는 시간’, 사운드테라피, 슬로우 에이징 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초기의 웰에이징 개념을 현재의 건강 트렌드에 맞춰 넓히고 있다.

힐리언스 선마을의 춘하서가. 운동과 식단뿐 아니라 독서와 사색의 시간을 건강한 생활의 한 부분으로 두고 있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힐리언스 선마을의 춘하서가. 운동과 식단뿐 아니라 독서와 사색의 시간을 건강한 생활의 한 부분으로 두고 있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해외 웰니스 리트릿과의 차이가 곧 우열을 뜻하지는 않는다. 글로벌 시장이 빠르게 정밀화될수록 어떤 건강관리가 체류 이후 실제 생활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중요해지고 있다. 검사 결과를 받았더라도 매일의 식사와 움직임, 수면이 달라지지 않으면 생활은 이전의 패턴으로 돌아가기 쉽다. 반대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강조하더라도 개인마다 다른 건강상태를 세밀하게 파악하는 기능이 부족하면 프로그램의 개인화에는 한계가 생긴다.

2026년 웰니스 산업에서는 두 방향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의료기관과 리조트의 협업이 늘고, 고급 리트릿은 정밀검사를 도입하면서도 명상과 자연·식생활을 함께 다룬다. 생활습관형 공간 역시 슬로에이징과 수면, 사운드테라피처럼 보다 세분화된 프로그램으로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웰니스연구소가 2026년 웰니스 관광의 주요 흐름 가운데 장수여행과 의료·웰니스의 연계, 접근 가능한 웰니스 등을 별도의 영역으로 다루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국형 웰니스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도 단일 시설보다 연결에 있다. 숲과 산길, 계절이 뚜렷한 자연환경에 식생활과 명상, 목공과 음악·미술 같은 문화 경험을 더할 수 있고, 가족과 반려동물, 기업 리트릿까지 이용자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산림과 걷기, 지역 식재료, 온열·스파, 명상과 예술을 하나의 체류시간 안에 묶을 수 있다는 점은 한국 웰니스 관광이 가진 자산이다.

힐리언스 선마을 가든 뮤직홀&카페. 음악과 독서, 자연 속 휴식까지 체류 경험에 포함하면서 웰니스의 범위를 문화적 생활로 넓히고 있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힐리언스 선마을 가든 뮤직홀&카페. 음악과 독서, 자연 속 휴식까지 체류 경험에 포함하면서 웰니스의 범위를 문화적 생활로 넓히고 있다. 사진=힐리언스 선마을 제공

세계 웰니스 여행시장에서 아시아·태평양이 여행 횟수 기준 최대 지역으로 올라선 상황도 국내 웰니스 산업에 새로운 조건을 만든다. 중국과 일본뿐 아니라 태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각 지역의 전통적인 건강문화와 자연환경을 글로벌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 역시 의료기술과 K-뷰티만으로 건강관광을 설명하기보다 산림과 음식, 생활문화와 정신적 휴식까지 포함한 체류형 모델을 얼마나 구축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힐리언스 선마을이 세계적인 정밀 웰니스 리트릿과 같은 방향으로 갈 필요는 없다. 종자산의 비탈을 걷고, 휴대전화에서 잠시 떨어지고, 자연 속에서 식사와 휴식의 속도를 조정하는 방식은 첨단 진단이 대신하기 어려운 다른 경험을 만든다. 동시에 장수와 수면, 대사와 정신건강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글로벌 시장의 변화는 한국형 웰니스가 앞으로 확장할 영역도 보여준다.

2026년의 웰니스 여행은 좋은 경치를 보며 며칠 쉬고 돌아오는 관광에서 멀어지고 있다. 자신의 몸을 측정하고, 먹고 움직이고 잠드는 방법을 다시 배우며, 돌아간 뒤 어떤 생활을 이어갈지까지 고민하는 여행으로 변하고 있다.

세계의 주요 웰니스 리트릿이 수백 개의 건강지표를 통해 사람의 몸을 읽기 시작했다면 종자산의 선마을은 약 20년 전부터 생활을 먼저 바꿔왔다. 한쪽이 몸의 상태를 정밀하게 측정해 개인별 해답을 찾는다면, 다른 한쪽은 사람이 머무는 환경과 하루의 습관을 바꿔 건강한 삶을 다시 경험하게 한다. 2026년 웰니스의 다음 경쟁은 두 접근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