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용자 확대와 모바일 중심 세대가 만들어낸 산업의 새 지형
[KtN 전성진기자]인도네시아 게임 시장의 성장은 단순한 산업적 변화가 아니라 세대의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평균 연령 23세의 젊은 인구가 게임을 문화와 정체성의 수단으로 인식하면서 시장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소비의 중심은 MZ세대이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용 행태와 콘텐츠 확산 방식은 과거 세대와 뚜렷하게 구분된다. 게임은 이제 여가가 아니라 소통의 언어, 그리고 자아 표현의 수단이 되었다.
인도네시아 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게이머의 60퍼센트 이상이 30세 미만이며, 스마트폰을 주요 플랫폼으로 사용한다. 이 세대는 TV보다 스트리밍을 선호하고, 게임 플레이 영상을 시청하거나 직접 제작한다. 플랫폼 유튜브, 틱톡, 트위치에서 활동하는 인도네시아 게이밍 크리에이터의 수는 2019년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20대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게임을 기반으로 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한 명의 이용자가 동시에 소비자이자 제작자로 참여하는 ‘크리에이터형 이용 구조’가 시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자카르타 소재 콘텐츠 리서치 기업 인사이트랩의 분석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MZ세대의 평균 일일 게임 이용 시간은 3.5시간으로 동남아 평균보다 1시간가량 길다. 게임을 시작하는 이유로는 ‘친구와의 소통’과 ‘자기표현’을 꼽는 비율이 70퍼센트를 넘는다. 이는 단순한 오락 중심 소비에서 사회적 교류 중심 이용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용자들은 캐릭터나 스킨, 아바타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SNS에서 그 경험을 공유한다. 게임은 더 이상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관계와 취향을 매개하는 공공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다.
여성 게이머의 확대는 시장 변화의 또 다른 핵심 요인이다. 인도네시아 인터넷서비스협회(APJII)의 2024년 조사 결과, 전체 게이머 중 여성 비율은 40퍼센트를 넘어섰다. 여성 이용자는 모바일 퍼즐, 캐주얼, 시뮬레이션 장르를 선호하지만 최근에는 e스포츠 리그 참여율도 높아지고 있다. 여성 중심 스트리머와 팀 운영 사례가 늘어나면서 e스포츠의 성별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자카르타의 스트리머 리라 하디아는 “게임은 더 이상 남성의 취미가 아니라 일과 커뮤니케이션의 일부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하디아는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굿즈를 판매하고, 수익의 일부를 사회 공헌 프로젝트에 사용한다. 이와 같은 구조는 게임이 단순 소비가 아닌 생산과 순환의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계는 MZ세대와 여성 게이머의 영향력을 주목하고 있다. 게임사 가레나 인도네시아 관계자는 “이용자 중심 커뮤니티가 시장의 중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커뮤니티 이벤트, 오프라인 팬 미팅, 스트리머 협업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 광고와 프로모션이 주된 마케팅 수단이었지만, 지금은 이용자 참여와 창작 확산이 핵심 전략으로 자리했다. 이용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가 SNS를 통해 확산되며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게임 시장의 급성장은 전자결제 인프라 확충과 맞물려 있다. 모바일 결제 플랫폼 GoPay, Dana, OVO는 인앱 결제를 정착시켰고, 이용자는 손쉽게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스트리머 후원을 진행한다. 인니전자상거래협회(IDEA)는 2024년 기준 게임 내 결제 규모가 전년 대비 25퍼센트 증가했다고 밝혔다. 결제의 편리함은 콘텐츠 소비의 속도를 높였지만, 동시에 플랫폼 수수료 의존도를 강화하는 구조로 이어졌다. 소비는 늘었으나 수익의 흐름이 여전히 외국 플랫폼으로 집중되는 문제는 산업의 자립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게임 산업이 세대와 성별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창조경제청(BEKRAF)은 2024년 ‘게임 인더스트리 인클루전 프로젝트’를 출범시켜 여성과 청년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BEKRAF 관계자는 “게임 산업의 성장은 단순한 수익 확대가 아니라 사회적 포용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교육 프로그램과 개발 펀드를 통해 MZ세대 창작자를 지원하고, 자국 IP 발굴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창작 기반을 키우는 정책이 산업 자립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 기업도 인도네시아 MZ세대의 콘텐츠 소비 행태를 주목하고 있다. K팝 팬덤과 연계한 모바일 게임 공동 개발이나 아이돌 캐릭터 IP를 현지화한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인도네시아 주요 대학과 협력해 ‘글로벌 게임 창작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이 현지 개발자와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형태의 협력 모델을 확대 중이다. 콘텐츠 산업 전문가 박정민 연구위원은 “한류 콘텐츠가 형성한 신뢰가 게임 산업으로 확장되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산업 구조의 변화는 이용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MZ세대는 게임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스스로 문화를 생산하는 주체로 등장했다. 게임 플레이 영상, 밈, 커뮤니티 콘텐츠가 일상적 문화 표현이 되었고, 여성 이용자와 스트리머는 그 과정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했다. 게임은 단순한 여가 활동에서 사회적 네트워크이자 창작 플랫폼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의 외형뿐 아니라 사회의 인식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
인도네시아 게임 시장의 주도권은 더 이상 특정 기업의 손에만 있지 않다. MZ세대와 여성 이용자가 만들어낸 문화적 에너지가 산업의 새로운 동력이 되었다. 게임은 경제적 이익을 넘어, 세대의 언어이자 사회적 경험으로 기능하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가 이 흐름을 제도와 투자로 연결할 수 있다면, 인도네시아는 동남아를 넘어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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