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번째 한일 최대 민간 문화교류 축제, 코엑스서 7시간 반 열기

일본인 해외여행객 28%가 한국행… ‘관광 일방통행’ 해소는 여전한 숙제

참치 해체쇼 앞 긴 줄, 수산물 규제 질문엔 말 아낀 일본

[한일, 새로운 한 걸음 ①] 한 무대에 선 ‘한일축제한마당 2026’… 최휘영 “화해와 공존을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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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임우경기자] 한글날 사흘 연휴 둘째 날인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 판소리 ‘사랑가’의 소리 위로 일본 무용가의 손끝이 천천히 포개졌다. 한일 양국 최대 민간 문화교류 행사인 ‘한일축제한마당 2026 in Seoul’이 ‘더 나은 미래로, 새로운 한 걸음’을 주제로 22번째 막을 올린 현장이다.

개막행사에 참석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사에서 양국 국민을 문화로 이어온 이 축제가 “갈등과 대립이 이어지는 국제사회에 화해와 공존을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한일, 새로운 한 걸음 ①] 한 무대에 선 ‘한일축제한마당 2026’… 최휘영 “화해와 공존을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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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이어온 축제”… 정상회담 ‘미래세대’ 기조 이어가

최 장관은 올해로 22번째를 맞은 한일축제한마당이 오랜 시간 두 나라 국민을 문화로 이으며 양국 교류의 “훌륭한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해 1월 일본 나라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미래세대 간 상호 이해 증진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다채로운 문화예술 교류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행 플랫폼 경영자 출신인 최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에도 이 축제를 찾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교통·숙박 인프라 쇄신을 약속했다. 2년 연속 참석이다.

이날 개막식에는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주호영 국회의원 등이 함께했다. 일본 측에서는 미즈시마 코이치 주한 일본대사, 모리시타 치사토 농림수산대신정무관,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친선협회중앙회 회장 등이 자리했다. 손경식 한국 측 실행위원장의 인사말은 신각수 실행위원(전 주일대사)이 대신 읽었다. 손 위원장은 양국 국민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며 쌓은 민간의 신뢰가 “가장 안전하고 강력한 안전판”이라고 강조했다.

고지 아키요시 일본 측 실행위원장은 서로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음악을 즐기다 보면 친구가 늘어나는데, 그것이 교류의 원점이라고 말했다. 미즈시마 대사도 국민 간 교류의 진전이 양국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일축제한마당은 2005년 국교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한 ‘한일 우정의 해’를 계기로 시작돼 서울과 도쿄에서 매년 열린다. 올해 도쿄 행사는 9월 25일부터 사흘간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처음 열렸다.

[한일, 새로운 한 걸음 ①] 한 무대에 선 ‘한일축제한마당 2026’… 최휘영 “화해와 공존을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사진=한일축제한마당 in Seoul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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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와 가부키, 샤미센과 검무… 세대·장르 넘나든 7시간 반

무대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열렸다. 동대문구립소년소녀합창단과 서울일본인학교 합창단이 꾸린 한일소년소녀합창단이 양국 우호를 바라는 노래로 공식행사의 문을 열었다. 이어진 한일 우정 공연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이수자인 소리꾼 서의철과 일본 무용가 우메카와 이치노스케가 판소리와 일본 무용을 한 무대에 올렸다.

오후 내내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대가 이어졌다. 우메카와 이치노스케는 샤쿠하치 연주자 나카무라 마사키와 함께 가부키 무용 ‘후지무스메’를 선보였다. 기타무라 자매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배운 쓰가루 샤미센으로 일본 민요를 새롭게 편곡해 들려줬다. 무용단 ‘더 춤터’는 칼 소리가 흥을 돋우는 호남검무와 진주교방굿거리춤으로 화답했다.

‘한일가왕전 2026’ 일본 대표 무대와 보이스 코리아 출신 발라드 가수 지세희, 한일 힙합 공연이 열기를 더했다. 한국에서 연습생 과정을 거쳐 2025년 데뷔한 일본인 4인조 걸그룹 코스모시도 무대에 섰다. 축제는 출연진과 자원봉사자, 관람객이 함께 어우러진 피날레 ‘요사코이 아리랑’으로 막을 내렸다.

부스 구역도 북적였다. 사전 발표 기준 110개 부스가 마련됐고, 현장에서는 일본 지자체 19곳과 기업 15곳 등이 100여 개 부스를 운영했다. 에히메현, 미야기현, 나가사키현, 시마네현, 니가타현 등은 지역 관광 상품과 특산물을 알렸다. 일본 부흥청 부스에서는 후쿠시마 사케 시음과 전통 공예품 채색 체험이 진행됐다. 일본 전통 꽃꽂이 이케바나 시연 부스 앞에는 체험 신청자들이 길게 줄을 섰다. 공식 인플루언서로 위촉된 ‘78만 한일 부부 크리에이터’ 쿠키 커플(김경식·쿠리코)은 양국의 언어와 일상을 넘나드는 ‘한본어 토크쇼’로 관객과 만났다.

[한일, 새로운 한 걸음 ①] 한 무대에 선 ‘한일축제한마당 2026’… 최휘영 “화해와 공존을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사진=한일축제한마당 in Seoul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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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해외여행객 4명 중 1명 한국행… 그래도 남은 ‘관광 일방통행’

축제의 열기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집계를 보면 올해 1~7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22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인 전체 출국자가 4.1% 증가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증가 속도가 네 배를 웃돈다. 일본인 해외여행객 가운데 한국을 택한 비중은 28.0%로 역대 최고치다. 서울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의 평균 체류일은 3.5일로 짧지만, 재방문율은 71%에 이른다.

하지만 흐름을 뒤집어 보면 과제가 선명하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집계로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945만9600명으로 처음 900만 명을 넘었다. 같은 해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약 365만 명이다. 한국인이 일본을 약 2.6배 더 많이 찾은 셈이다. 이날 축제장에서도 일본 지자체 부스는 한국인의 일본 소도시 여행 수요를 정조준했지만, 한국 지방의 매력을 일본인에게 알리는 장면은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었다.

양국 정부도 해법을 찾고 있다. 1월 나라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출입국 간소화와 수학여행 장려를 제안했다. 양국 관광당국은 지난달 전남 목포에서 열린 제40회 한일관광진흥협의회에서 관광 분야 협력각서(MOC) 추진과 지방관광 활성화를 핵심 의제로 올렸다.

[한일, 새로운 한 걸음 ①] 한 무대에 선 ‘한일축제한마당 2026’… 최휘영 “화해와 공존을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사진=한일축제한마당 in Seoul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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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해체쇼 앞 긴 줄, 수산물 규제 질문엔 말 아낀 일본

축제장 한편에서는 일본 농림수산성이 마련한 초밥 장인의 조리 퍼포먼스와 통참치 해체 시연이 펼쳐졌다. 시식을 위해 관람객들이 앞다퉈 손을 들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모리시타 치사토 정무관은 한국이 일본 농림수산물·식품의 5위 수출시장이자 방일 외국인 수 1위 국가라며, 일본 식품의 매력과 안전성을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후쿠시마 등 8개 현 수산물 수입금지 해제 협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교섭 등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삼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은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아오모리·이와테·미야기·이바라키·도치기·군마·지바 등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지만, 2019년 4월 상소기구 판단으로 한국의 조치는 유지됐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공개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경제영향 분석에서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와 함께 농림어업 생산이 연평균 8523억 원 줄 것으로 추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연내 가입 신청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문화교류의 장에 통상 의제가 겹친 이 장면은 축제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축제는 상대국에 대한 신뢰를 쌓는 가장 부드러운 통로다. 그러나 민간 축제가 특정 통상 현안의 홍보 무대로 비칠 경우, 22년 동안 쌓아온 ‘민간 신뢰’라는 축제 본연의 자산이 흔들릴 수 있다.

J팝 듣는 한국, K-뷰티 바르는 일본… ‘교차 소비’ 시대 /사진=한일축제한마당 in Seoul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J팝 듣는 한국, K-뷰티 바르는 일본… ‘교차 소비’ 시대 /사진=한일축제한마당 in Seoul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J팝 듣는 한국, K-뷰티 바르는 일본… ‘교차 소비’ 시대

축제장을 채운 2030 관람객의 모습은 달라진 소비 지형을 보여준다. 국내 음원 플랫폼 지니뮤직 집계로 올해 상반기 J팝 소비는 30% 늘었다. 지난해 국내 극장가 연간 흥행 1위는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568만 명)이었다. 일본 영화가 한국 극장 연간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일본에서는 K-뷰티가 일상이 됐다. CJ올리브영 자체 브랜드의 일본 매출은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60% 성장했다. 문체부는 이달 26일부터 도쿄에서 민관 25개사가 참여하는 ‘K-뷰티 위크’를 연다. 한쪽은 상대의 노래와 애니메이션을, 다른 쪽은 상대의 화장품과 거리를 소비하는 ‘교차 소비’가 한일 교류의 새 문법이 된 것이다.

[한일, 새로운 한 걸음 ①] 한 무대에 선 ‘한일축제한마당 2026’… 최휘영 “화해와 공존을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사진=한일축제한마당 in Seoul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한일, 새로운 한 걸음 ①] 한 무대에 선 ‘한일축제한마당 2026’… 최휘영 “화해와 공존을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사진=한일축제한마당 in Seoul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렌드 코리아 2027이 제시한 ‘안목자본’과 ‘휴먼엣지’도 이날 현장과 맞닿는다. AI가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시대일수록 좋은 것을 알아보는 눈과 사람의 손길이 가치가 된다는 진단이다. 이케바나 부스 앞의 긴 줄, 초밥 장인의 칼끝에 모인 시선은 관람객이 ‘더 많은 것’보다 ‘더 진짜인 것’을 찾고 있음을 보여줬다.

첫째, 한일 관계의 안정 기반은 정부 간 합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상회담이 ‘미래세대’를 말하고 축제가 어린이 합창으로 문을 연 장면은, 정책 메시지가 생활의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둘째, 교류의 양은 늘었지만 방향은 여전히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셋째, 문화교류와 통상 의제의 경계를 세심하게 관리해야 축제의 신뢰 자산을 지킬 수 있다.

축제가 일회성 행사를 넘어 여행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된다면 효과는 커진다. 일본 지자체가 한국인의 소도시 여행 수요를 끌어당겼듯, 도쿄 행사에서 한국 지방의 매력을 일본인에게 알리는 ‘맞교환’ 구조가 자리 잡으면 관광 비대칭 완화에 실질적인 보탬이 될 수 있다. 출입국 간소화와 수학여행 장려가 제도화되면 청소년 교류의 문턱도 한층 낮아진다.

[한일, 새로운 한 걸음 ①] 한 무대에 선 ‘한일축제한마당 2026’… 최휘영 “화해와 공존을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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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이라는 시간은 그 자체로 성과다. 양국 관계가 냉각과 해빙을 오가는 동안에도 축제는 멈추지 않았고, 올해도 판소리와 가부키가 한 무대에서 서로의 박자를 맞췄다. 최 장관의 ‘화해와 공존’ 메시지가 공허하게 들리지 않은 것도 이 꾸준함 덕분이다.

다만 다음 단계는 ‘더 크게’가 아니라 ‘더 깊게’여야 한다. 관람객 수와 체험 참여, 여행 전환 같은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한국 지방 콘텐츠의 비중을 높이며, 해마다 다시 찾을 이유를 설계해야 한다. 판소리의 소리와 일본 무용의 몸짓이 한 박자에 포개졌던 그 순간처럼, 교류의 방향도 양쪽에서 같은 속도로 맞춰질 때 ‘새로운 한 걸음’은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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