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미정은 뒤처진 상태 아닌 찾아가는 과정”
95개 체험부스로 적성 탐색…“자신의 속도로 가는 것이 성장에 도움”
[KtN 박준식기자] “늦어도 괜찮다.”
유난영 김포시청소년재단 청소년진로체험지원센터 팀장이 진로를 아직 정하지 못한 중학생들에게 전한 말이다. 또래보다 꿈을 늦게 찾는다고 조급해하기보다 자신의 속도에 맞춰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을 담았다.
유 팀장은 지난 15일 '2026 김포시 진로교육박람회' 현장에서 K trendy NEWS와 만나 중학생 시기의 진로교육을 ‘결정’보다 ‘탐색’의 과정으로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많은 직업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해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가도록 충분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학생 아이들은 사실 진로가 결정돼 있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게 잘못된 것이 아니라 아직 결정이 안 된 거고, 내가 좋아하는 게 어떤 건지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포종합운동장에는 AI와 로봇, 드론, 의료, K뷰티, 웹툰 등 여러 직업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됐다. 학생들은 정해진 순서를 따르기보다 관심 분야를 선택해 체험했다. 유 팀장은 학생들이 직접 경험한 뒤 자신과 맞는지를 생각해 보는 과정에 박람회의 의미를 뒀다.
유 팀장은 “충분히 많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이번에 95개의 체험부스를 운영해 아이들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직접 한번 해보고, 정말 자신에게 적성이 맞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됐다”고 말했다.
중학생에게 진로를 묻는 일은 쉽지 않다. 관심 분야가 자주 바뀌기도 하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직업은 선택지에 들어오기도 어렵다. 대학 학과와 직업 정보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자신에게 맞는 일을 판단하기도 힘들다.
체험 중심의 진로교육은 학생에게 선택지를 먼저 넓혀주는 방식에 가깝다. 로봇을 움직여 본 뒤 관련 기술이 궁금해질 수 있고, K뷰티 체험을 계기로 전공을 찾아볼 수도 있다. 예상과 달리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험 역시 진로를 좁혀가는 과정이 된다.
올해 김포시 진로교육박람회가 다양한 분야의 체험을 한자리에 배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직업을 설명으로만 접하는 대신 학생이 직접 도구를 사용하고 활동하면서 자신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유 팀장의 설명에서 반복된 것은 ‘많은 경험’이었다. 학생에게 특정 직업을 빨리 선택하도록 요구하기보다 여러 분야를 경험할 시간을 주고, 스스로 관심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학생 시기의 진로교육에 더 맞는다는 판단이다.
진로교육의 속도 역시 학생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원하는 직업과 전공을 정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무엇을 좋아하는지부터 찾아가는 학생도 있다. 친구가 진로를 먼저 정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선택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 유 팀장의 생각이다.
인터뷰 말미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유 팀장은 자신의 속도를 강조했다.
“혹시 본인의 속도가 조금 늦어서 다른 친구보다 너무 뒤처진 건 아닌가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본인의 속도에 맞춰서 가는 것이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는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어 “그래서 ‘늦어도 괜찮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짧은 말이지만 중학생 진로교육에서 중요한 대목을 짚는다. 진로 탐색은 경쟁처럼 먼저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학생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체험할 기회를 넓히고 고민할 시간을 보장하는 일이 학교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되는 이유다.
김포시가 올해 박람회를 이틀로 확대하고 AI·미래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직업 체험을 마련한 것도 학생의 선택지를 넓히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박람회 이후에는 학교와 청소년기관에서 같은 관심 분야를 다시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과정이 중요해진다.
한 차례 체험에서 관심이 생긴 학생이 학교로 돌아가 관련 수업을 듣고, 청소년기관이나 지역 대학에서 조금 더 깊은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면 진로 탐색은 행사장을 벗어나 일상으로 이어진다.
유 팀장이 현장에서 강조한 ‘충분한 경험’과 ‘자신의 속도’도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한다. 진로를 정해주는 교육보다 학생이 여러 선택지를 직접 만나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좁혀갈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교육이다.
김포종합운동장을 채운 수많은 체험은 이틀 뒤 끝났지만 학생들의 진로 선택은 이제 시작에 가깝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아직 찾지 못한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결정이 아니라 다시 경험할 수 있는 다음 기회다.
“늦어도 괜찮다.”
유난영 팀장이 학생들에게 남긴 말은 2026 김포시 진로교육박람회가 지향한 진로교육의 한 방향을 압축하고 있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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