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아키라·하시모토 시노부가 아쿠타가와 단편 두 편 결합…숲의 빛과 이동 촬영, 서로 어긋나는 증언으로 영화 서사의 범위 넓혀
[KtN 최유식기자]폭우가 무너져가는 성문을 때린다. 나무꾼과 승려는 비를 피해 라쇼몽 문 아래에 앉아 있다. 두 사람은 사흘 전 숲에서 벌어진 일을 떠올리며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한다. 한 사무라이가 죽었고 아내는 성폭력을 당했다. 도적은 붙잡혔다.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은 법정에서 차례로 입을 열었지만 같은 사건을 설명하는 이야기는 하나도 일치하지 않는다.
1950년 8월 26일 일본에서 공개된 구로사와 아키라(Akira Kurosawa)의 ‘Rashomon’은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추리극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도적 다조마루와 사무라이의 아내, 죽은 사무라이의 영혼, 사건을 목격한 나무꾼에게 같은 일을 다시 말하게 한 뒤 서로 다른 네 개의 이야기를 모두 영상으로 옮겼다. 어느 하나를 최종적인 사실로 확정하지 않은 채 88분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
출발점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Ryūnosuke Akutagawa)가 쓴 두 편의 단편이었다. 1922년 발표한 ‘In a Grove’가 살인과 성폭력, 서로 충돌하는 증언의 구조를 제공했고, 1915년 발표한 ‘Rashomon’에서는 폐허가 된 성문과 인간의 도덕이 무너진 공간을 가져왔다. 각본은 구로사와와 하시모토 시노부(Shinobu Hashimoto)가 함께 썼다. 서로 다른 두 단편을 하나로 묶으면서 숲에서 벌어진 사건을 라쇼몽 문 아래에서 다시 듣는 액자 구조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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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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